기독교가 홍콩의 민주화 시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미국 에큐메니컬 뉴스가 4일 보도했다.
기독교인들의 존재는 시위가 벌어지는 거리 곳곳에서 기도하는 모임과 성경을 읽는 사람들, 그리고 십자가를 통해 볼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또 바티칸 라디오 보도를 인용, 홍콩의 가톨릭교회, 감리교회, 성공회교회들이 시위대를 위해서 교회 건물을 개방하고 이들에게 음식과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다른 교파의 교회들 역시 시위대들을 위한 기도회를 열고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기독교적 가치를 설파하고 있다.
현재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주요 모임들 가운데 최소 세 개는 기독교인이 창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시위대 전면에 나서 있는 17세의 조슈아 웡 역시 기독교인이다. 웡은 15세 때 홍콩 연합기독교대학(United Christian Colleg)에 재학 중일 당시 공립학교 교육에 애국심 과목을 도입하려는 홍콩 정부의 계획에 반대해 학생들의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에큐메니컬 뉴스는 홍콩에서 이렇게 다양한 교파와 교회들이 민주화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뚜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중국 본토와는 달리 홍콩에서는 교회들의 활동에 자유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홍콩의 교회들이 평등과 자유에 기반한 기독교 가치를 전하면서 시민권에 대한 홍콩인들의 인식을 재고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해 왔다는 점 또한 들었다.
한편, 이런 이유에서 이번 시위는 완전한 보통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뿐 아니라 중국 공산주의 정부와 기독교 간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난 시위로도 해석되고 있다. 특히, 홍콩의 교회들은 이번 시위의 쟁점인 행정장관 출마 후보를 중국 정부가 지정한 인물로 제한하기로 한 결정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 왔으며 이에 일부 친중국 세력들은 기독교가 이번 시위를 촉발시키는 원인이 되었다고 비난하고 있기도 하다.
홍콩 가톨릭교회 전 대표인 조셉 젠 추기경은 중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서 "가짜와 거짓, 영적 가치의 부재가 팽배한 중국 문화를 홍콩에까지 심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이러한 흐름이 우리 가까이 다가오고 있고, 여기에 맞서 항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콩 시티대학교의 정치학 교수인 조셉 젠 박사는 "기독교인과 중국 정부 사이의 틈은 쉽게 메울 수가 없다"며, "기독교인들은 공산주의자들을 믿지 않고, 공산주의자들은 기독교인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인구 대부분은 불교와 도교를 따르고 있으나 기독교인의 수 역시 전체 720만 명 중 가톨릭교인 48만 명, 개신교인 36만 명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