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이슬람 테러단체인 보코하람에 납치된 60여 명의 소녀들이 탈출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소녀들은 보르노 주 담보아 지구 내 쿠마브자 마을 출신으로, 지난달 22일 보코하람이 마을을 공격했을 당시 납치되어 있다가 지난 3일과 4일(이하 현지시간)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 도망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르노 주 치복 시의 한 지역 당국자는 AP에 자신이 이들 60여 명 소녀들이 탈출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있다며, 이미 관리들이 소녀들과의 대화를 위해 파견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지역 자경단원 지도자인 아지 칼릴은 "60명이 넘는 여성들이 보코하람에 납치됐다. 이들은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강제로 끌려 갔다. 달아나려고 했던 네 명의 여성은 그 자리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자경단원 지도자인 압바스 가바는 "소녀들은 보코하람 요원들이 담보아 지구의 군 병영 시설과 경찰 본부를 공격하는 동안 탈출해 나왔다"고 동료들에게 들은 내용을 전했다.
한편, 나이지리아 당국은 그동안 이번 사건의 진위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으며 언급을 꺼려 왔는데, 이는 지난 두 달여 전 치복 시에서 발생한 기독교인 여학생 300여 명 납치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한 데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 때 납치된 여학생들 중 200명 이상이 아직까지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보코하람은 지난 4월 15일 치복 시의 여자중등학교 기숙사를 공격해 잠을 자고 있던 여학생 250여 명을 강제로 끌고 갔으며, 인근 지역에서 추가로 납치를 벌여 총 300여 명의 소녀들을 유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53명의 소녀들만이 탈출에 성공했다.
납치되었다 빠져나온 소녀 중 한 명인 19세의 새라 라완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총에 맞을까봐 도망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며, "다른 친구들이 달아날 용기를 내지 못한 것이 너무나 슬프다. 나는 친구들의 부모님들이 나를 보고 울 때마다 함께 운다"고 밝힌 바 있다.
납치된 소녀들의 대부분은 기독교인으로 알려졌으며, 현지 기독교계는 보코하람이 이전부터 기독교인 여성들을 납치해 무슬림 남성과 결혼시켜서 강제로 개종하게 만들거나, 성노예로 팔아 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보코하람 지도자인 아부바카르 셰카우는 지난 4월 소녀들을 납치한 뒤 이들을 결혼시키거나 "시장에 내다 팔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셰카우는 앞서 AFP가 입수해 공개한 비디오 영상에서 "소녀들을 납치한 것은 알라의 뜻이었다"며 "알라께서는 이제 소녀들을 팔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서구식 교육 기관에서 소녀들을 납치했다. 서구식 교육은 없어져야 한다. 여자들은 결혼을 해야 한다. 나는 12살짜리, 9살짜리 소녀들을 결혼시킬 것이다. 이들을 시장에 내다 팔 것이다"고 위협했다.
보코하람의 이 같은 범죄는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고 미국, 호주, 유럽 등지에서 보코하람의 행위를 규탄하고 소녀들의 구출을 위한 나이지리아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는 시위가 일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느리고 비효율적인 대응으로 비판을 받아 왔다.
보코하람은 미국과 유럽연합 정부가 지목한 해외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극단주의 이슬람 성직자인 모함마드 유수프에 의해 10여 년 전 처음 시작되었다. 나이지리아 이슬람법 샤리아로 통치하는 정부를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서구식 교육을 나이지리아의 도덕적 타락의 근원으로 본다. 2009년 이래로 조직을 확장하면서 나이지리아 내 비무슬림과 정부, 서구 기관에 대한 테러를 벌여 수천 명 규모의 희생자를 낳았다. 소말리아의 알 샤바브(al-Shabaab)와 아랍권 최대 테러 조직인 알 카에다(al-Qaida)와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