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 1세가 2일(현지시간) 전격 퇴위한 가운데 스페인 국민들이 군주제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카를로스 국왕은 고령과 건강악화, 딸 부부의 공금횡령 등 잇따른 왕실 추문으로 인해 퇴위를 결심하고 왕위를 아들에게 물려주겠다고 밝혔으나, 상당수의 국민들이 공개적으로 군주제의 폐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어려운 민생을 뒤로 한 채 해외여행을 하고 딸 부부는 공금을 횡령하는 등 왕과 왕가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기가 급락한 후안 카를로스(76) 국왕이 퇴위 의사를 밝히고 후계자로는 카를로스 국왕의 아들인 펠리페(45) 왕세자가 지명된 가운데, 스페인의 경제난과 왕가의 부정부패로 인한 대중들의 분노로 스페인 전역에서 군주제 폐지 논란이 일어 나고 있다.

실제로 2일 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 1세의 퇴위 소식이 전해진 뒤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등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거나 광장에 모여 왕정 폐지 시위를 벌였다.

스페인 전역 60여 개 도시에서는 군주제 폐지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페인 외에 다른 유럽과 남미국가의 30여 개 도시에서도 이들에게 동조하는 연대 시위가 벌어졌으며, 온라인에서도 군주제 폐지 등을 놓고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으며, 일부 청원엔 많게는 11만3천여명이 서명을 한 상태다.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창당 넉 달 만에 5석을 확보해 급부상한 좌파정당 '포데모스'(Podemos·우린 할 수 있다)도 트위터 등에서 국민투표를 지지하고 나섰다.

지난 1975년 왕위에 오른 카를로스 국왕은 스페인 민주화 상징이요 콜럼버스와 세르반테스를 베치고 가장 위대한 스페인 사람 1위에 꼽히는 등 대중적인 지지를 받았고 재위 39년 만에 아들인 펠리페 알폰소(46) 왕세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밝혔지만, 계속된 장기침체에 20%를 넘어선 실업률, 그리고 왕실의 사치와 부패 추문 등으로 인해 '우리에게 왕이 꼭 필요한가'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