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전 아들 매튜가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 릭 워렌은 매일 슬픔 속에 잠겨 있는 자신을 봤다.

27년이 넘게 정신 질환을 앓은 매튜의 고통과 매튜와 작별 후 자신과 아내 카이가 느낀 상실에 담긴 하나님의 목적을 찾기 위해, 그는 일기를 쓰며 밤을 보냈다.

워렌은 문제가 있었으나 친절하고 부드러우며 동정심 많던, 막내를 왜 데려가셨는지 하나님께 물었다. 그는 "방 안에 있는 자들 중 누가 가장 고통스러운지, 누가 가장 불편해 하는지를 알아챌 수 있는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너무도 끔찍한 일로부터 무언가 선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길 기도했다.

아들의 첫번째 기일을 8일 앞둔 28일(금) 미국 내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교회 중 하나를 이끌며 알콜 중독, 약물 중독, 고아 돌봄과 HIV/AIDS에 대해 널리 알려온 워렌 목사가 새로운 사역의 장을 열었다.

캘리포니아 레이크포레스트에서 28일 하루 동안 열린 '교회와 정신건강 회의'에 3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목회자, 연구자, 정신과의사들이 패널로 섰으며 교회 안에 존재하는 자살과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을 지우기 위해 기도했다.

워렌은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매튜가 살아 있을 때 쓴, 그의 사후에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 일기의 도입부를 떠올리며 "하나님의 은혜의 정원 안에서는, 다친 나무도 열매를 맺는다"고 말했다. "엄청난 고통이 있을지라도 우리는 그 과정을 통과할 수 있으며, 그 경험을 다른 이를 돕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새들백 교회가 로마가톨릭 오렌지카운티교구의 케빈 밴 주교, 전국정신질환자연맹과 함께 주최한 28일 컨퍼런스는 교회 내 정신건강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하기 위한 장기 캠페인의 첫 단계로, 앞으로 "기독교와 우울증", "교회 내 돌봄 그룹과 상담 사역을 시작하는 방법", "자살 예방: 한 번에 한 공동체의 여러 생명을 지키기", "음식과 몸: 공동체를 통한 식이장애 치료 단계" 등을 다룰 예정이다.

워렌은 "당뇨병에는 아무 부끄러움이 없다. 고혈압도 그렇다. 그런데 두뇌가 작동을 멈추면 왜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라고 물으며, 매튜의 병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아들 자신이 얘기해야 할 이야기이기에 대중들에게 비밀로 했다고 말했다.

워렌은 "그가 숨을 거둔 후, 공적인 사람으로서 슬픔을 공개적으로 표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것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공개서한을 통해 작년 4월 매튜의 죽음을 알렸고 이후 수만 통의 답장을 받았다. "지금의 나는 1년 전과 같지 않다. 훨씬 생각이 깊어졌고, 더 많이 공감할 수 있게 됐다."

정신질환과 자살이 신자와 비신자들 모두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세간의 이목을 끄는 몇 건의 비극으로 복음주의 공동체 안에 이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싹텄다.

1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영적인 조언자 중 하나이며 올랜도의 대형교회 목사인 조엘 헌터의 아들 아들 아이작 헌터(Issac Hunter)는 36세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같은 달, 공동의선을위한새로운복음주의파트너십(New Evangelical Partnership for the Common Good)의 대표이며 전미복음주의협회의 대정부관계담당자 리처드 시직(Richard Cizik)의 아들이 버지니아에 있는 그들의 집에서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숨진채 발견됐다.

작년 11월, 조지아 주 매이컨에 위치한 비브시온산침례교회(Bibb Mount Zion Baptist Church)의 테디 패커 목사의 자살 사건은 미국 언론에서 헤드라인으로 다뤄졌다. 여름 이후에는 남침례회 전 대표 프랭크 페이지(Frank Page)가 2009년에 스스로 생을 목숨을 끊은 자신의 딸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

종교 공동체 밖에서도 정신 질환과 자살에 관한 뉴스는 점점 더 흔한 일이 되고 있다. 올해, 금융계에서 일어난 연이은 자살사건(2월 18일 JP모건 홍콩 본부 직원의 자살을 비롯해 케네스 벨란도Kenneth Bellando, 에드먼드 레일리Edmund Reilly, 어텀 래드키Autumn Radtke 등 금융계에 종사하는 여러 인물의 자살이 잇달았다)은 기업전문가들과 정신건강 전문가들을 당황하게 했다. 작년 질병관리및예방센터에서는 처음으로 미국인 중 자살로 목숨을 잃는 수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수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1999년과 2010년 사이 35세 이상 64세 이하의 사람들의 자살율이 거의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 정신건강학회의 통계에 따르면, 성인 약 4명 중 1명은 정신질환을 앓는다.

그러나 워렌은 복음주의자들 가운데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9월에 발표된, 남침례교 산하 비영리기구 라이프웨이서치의 조사에서, 복음주의자, 근본주의 크리스천, 거듭난 크리스천들의 절반 가량이 기도와 성경공부만으로 정신 질환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 전체 약 3분의 1이 이런 관점을 지닌다. 그렇지만 미국인 68퍼센트는 그들이 정신적으로 병들어도, 교회로부터 환영을 받을 것이라 믿는다고 답했다.

가톨릭 우울증 안내서(The Catholic Guide to Depression)의 공동저자이며 28일 새들백 교회에서 강연한, UC 얼바인 의학대학원의 정신과 부교수인 애런 케리어티(Aaron Kheriaty)는 "신앙, 종교적인 믿음이 정신질환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주거나 예방시켜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정신과의사들, 종교지도자들, 정신건강 조력자들과 우리 모두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확신을 크리스천들에게 심어주길 원한다."고 했다.

워렌은 새로운 정신건강 사역이 모든 종류의 어려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해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모든 이는 삶 속에서 상실을 경험한다. 슬픔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다. 어떻게 어려움을 지나올 수 있는지에 관한. 변화 없이는 성장할 수 없고 상실을 겪지 않고서는 변화할 수 없다."

"내 말은, 매일 '매튜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왜'냐는 물음은 잘못된 게 아니다. 예수님조차 십자가에서 '왜'냐고 물으셨다. 답을 얻을 수 없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인생에는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이 컨퍼런스에서 강연한 카이 워렌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나눴다. 8만 명이 댓글을 달고 "좋다"고 평가한 그의 메시지에는 천천히 생각해도 괜찮다는 것과 친구들과 추종자들에게 자녀의 죽음이 부모의 관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더 이해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는 "애도자들은 빨리 그 사건에서 벗어나, 고비를 넘어서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남겨진 것에 감사하라고, 그리고 또 다른 아이를 갖으라는 말을 듣는다. 또, 다른 불친절하고 냉정한, 둔감하며 더할 수 없이 잔인한 말을 듣는다"고 썼다. "우리는 죽음, 비탄, 슬픔, 상실로 매우 괴로워 하거나 자기에게 너무 몰두한 나머지 부모와 남은 자녀들이 받게 되는 그 상실로 인한 엄청난 고난을 쉽게 망각한다."

후에 그는 "2013년 4월 5일은 우리에게 영구적인 흔적을 남겼다. 그것은 앞으로 알 수 없는 시간 동안 우리가 지나갈 모든 것에 자국을 남겨 놓을 것이다, 아마도 영원히"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