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오브 갓>은 예수의 이야기를 흥미를 위해 과장하지 않고 성경에 충실하게 담아내, 감동을 넘어 거룩함까지 느끼게 한다. 성육신해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낮아짐과 그를 죽이고자 음모를 꾸미는 유대교 지도자들의 모습을 대비하며 영화를 전개해나가는 감독 크리스토퍼 스펜서의 표현력이 압권이다.
예수 역의 디오고 모르가도, 성모 마리아 역의 로마 다우니, 본디오 빌라도 역의 그렉 힉스, 가야바 역의 아드리안 쉴러, 예수의 제자 베드로 역의 다윈 쇼, 유다 역의 조 웨든, 마태 역의 새드 베이를 비롯해, 출연진 모두 이보다 더 적합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배역의 성격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영화는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는 사도 요한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이는 요한복음 첫 구절로, "말씀이 태초부터 있었으며 하나님께서 이 진리로 만물을 창조하셨다"는 고백이다.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는 "어둠 속의 찬란한 빛"으로서,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신 분"이라고 고백한다.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되,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요 1:10)라는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성을 드러내는 한편 세상의 어두운 죄악 가운데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진리의 빛을 드러낸다.
영화는 웅장하게 전개된다. 이 말씀이 에덴 동산에서 아담·하와와, 대홍수 가운데 노아의 방주에,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시던 때에, 모세가 홍해를 가를 때에 함께 있는 모습을 그려냈다. 이 말씀이 이스라엘 백성을 이끄시는 하나님의 역사 가운데 언제나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역사적 흐름의 끝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위산 위를 걸으시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말씀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온전히 이 땅 가운데 임했다는 것을 표현한다.
영화는 예수께서 제자인 베드로에게 찾아가시고, 백성들에게 복음을 전파하시고, 병자들을 고치시는 모습을 통해 메시아의 따뜻한 성품을 드러낸다. 감독은 예수께서 소외되고 병든 자들을 돌보시는 모습을 수준 있는 실력으로 표현해 냈다.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가 이스라엘 백성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모습이나 유대교 종교 권력자들이 예수를 '신성모독'으로 몰아세우며 음모를 꾸미는 모습과 대비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를 부각하고 영화 흐름의 긴장감을 살렸다.
유대교 권력자들은 간음한 여인을 데려와 예수를 시험하지만, 예수께서는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며 유대교 권력자들을 물리치신다. 예수의 말씀은 소외된 인간을 향한 따뜻함과, 불의에 저항하는 당당함이 있다. 이는 '바리새인과 세리의 기도' 말씀이나, 유대교 권력자들의 참소 속에서 중풍병자를 고치시는 모습을 통해 드러난다. 영화는 예수께서 소외된 자들을 향한 낮아짐과 섬김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이 땅 가운데 보여줬다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정치적인 모습 없이 "하나님나라는 겨자씨와 같다"며 오직 순수하게 복음을 드러내는 예수의 모습은, 오늘날 교계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유월절에 성전 안에서 환전하는 사람들의 상을 엎으시며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인데 강도의 굴혈로 만들었다"며 책망하시는 모습이나, 로마에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지 묻는 유대교 권력자들의 시험에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내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통해, 정의로운 모습도 비중 있게 담아냈다. 온유하며 정의로운 예수의 모습은 하나님을 섬기는 신앙인의 성품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영화에서는 예수께서 유대교 지도자 니고데모를 만나 "하나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성령으로 거듭나야 한다"라고 진리를 전파하는 그 순간에, 유다가 대제사장 가야바를 만나 돈을 받고 예수를 파는 장면을 교차하여 보여준다. 예수께서 복음을 전파하시는 그 순간에, 제자는 돈을 받고 스승을 팔아넘긴 것이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이 믿음 없음으로 자신을 부인하고 흩어질 것과 유다의 배반을 미리 알고서도, 십자가의 참혹한 고통의 길로 걸어가신다. 영화는 스승을 배반하는 유다의 모습과 십자가를 앞에 두고 처절하게 기도하는 예수의 모습, 예수를 부인하는 베드로의 모습 등, 인물들 간의 심리를 자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어둠 가운데 빛이 더 밝게 드러나듯, 가장 가까운 인물들의 배반과 부인은 예수의 십자가와 사랑을 더 높이 드러낸다.
예수께서 끔찍하게 채찍질 당하시고 십자가 달리시는 장면에서는, 비참한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면서도 어린양과 같이 순전하게 그 길을 따르는 메시아의 모습을 과장됨 없이 잘 표현했다.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의 주변에서 그를 동정하는 백성들과, 조롱하는 로마 군인들과, 십자가에 달라고 소리치는 유대교 권력자들의 차가운 시선들이, 십자가 고통과 세상을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더욱 부각시킨다. 유다의 자살에서는 인간의 죄책과 그리스도의 죄 없음이 잘 드러난다.
죽은 줄만 알았던 예수는 다시 부활하여 제자들 앞에 나타나고, 제자들에게 영원한 생명과 선교의 사명을 전한다. 영화의 모든 부분들은 크리스천이라면 익숙히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순간, 성경이 "보고 듣고 만진 것"처럼 생생하게 마음속에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세상은 기독교에 부정적이다. 사람들 안에 교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성경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잘 표현한 이 영화에는, 그러한 부정적 인식을 한번에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