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순방 중인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이번 만남은 최근 크림 반도를 합병한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대응 차원에서 이뤄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청은 "약 50간의 회동에서 두 지도자는 불평등, 종교 자유, 인신매매 근절, 이민 개혁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최근 국제적인 이슈에 대한 관점을 교환하기도 했다. 분쟁 지역에서 인도주의와 국제법이 적용되어야 하며, 분쟁의 양측이 협상을 통해 타협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동 중, 가톨릭협회는 오바마 행정부가 가톨릭교회를 상대로 종교 자유와 관련한 가장 큰 규모의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주력 사업인 오바마케어는 피임과 낙태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어, 가톨릭을 비롯한 종교계의 반발을 샀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이견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가톨릭협회는 "우리는 오늘 회동이 단순히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내 아젠다를 일방적으로 알리는 차원이 아니라, 미국 행정부와 가톨릭교회 간 '복잡한 국면'을 초기화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가톨릭교회가 반대하고 있는 피임 조항 등 민감한 주제는 오바마 대통령은 교황청 국무장관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만난 자리에서 다뤘다. 파롤린 추기경은 "양심과 종교적 자유를 법을 적용하는 맥락에서 실천하게 한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으며, 이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대부분의 종교단체는 완전히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의 채소, 과일, 씨앗을 교황에게 건넸으며, 교황은 이에 대한 답례의 표시로 자신의 첫 원고인 '복음의 기쁨'을 책으로 엮어서 선물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9번째로 바티칸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