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을 지내신 분들이 정권을 잡고 계실 때 그때마다 유행어를 한가지씩을 퍼뜨리곤 한다. 한 때 K모 대통령께서는 '우리가 남이가?' 리는 유행어를 퍼뜨렸던 기억이 난다.
북미 원주민 선교를 하면서 내 귀에 가장 거슬리는 단어가 바로 이 '인디언'이라는 단어가 되었다. 원주민 선교에 부르심을 받기 전 만해도 나도 남들처럼 그저 무심히 지나쳐 듣고 말하던 이 단어가 이제는 때로는 이 단어를 들을 때 분개심이 솟구칠 정도니 말이다. 사람의 귀와 눈이 얼마나 무서운가? 머리로만 이해하던 단어가 이제는 내 가슴까지 내려와 그 단어를 들을 때 북미 원주민들의 억울함, 분노, 무시당하는 듯한 감정들이 내 안에서 나도 모르게 표출되고 있다. 그리고 그 단어는 나의 손과 발끝까지 내려와 그들을 위한 일이라면 나의 주어진 남은 생도 하나도 아까운 것이 없게 되어 버렸다.
일제시대를 경험한 우리 한민족 어르신네들은 '죠센진' 이라는 말과 '빠가야로'란 말을 들었던 터라 우리 잠재의식 속에 잠자던 일제로부터 당한 과거의 분노, 치욕, 설움, 억울함들이 한꺼번에 치올라, 월드컵의 붉은 악마들의 응원전 때 그 어느 게임 때보다도 한일전에서 지구가 떠나가라고 악,악 소리지르지 않았었던가? 다른 팀에게는 다 져도 일본에게만 이기면 그렇게도 기분이 좋았던 것은 직접 일제를 경험하지 못했던 우리 후손들일지라도 눈과 귀로 들은 우리 민족의 한 맺힌 역사가, 민족의식이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까지 내려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그러나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일반 세상 사람들은 그렇다 할 지라도 원주민들의 영혼 구원을 위해 원주민 선교하겠다는 선교기관이나 교회나 선교사들, 목회자들께서 이 '인디언'이란 단어를 아무런 생각도 감정도 없이 계속 말이나 활자로 사용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대를 사랑한다 하면서 막 욕을 퍼부어 대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인디언'이라는 단어는 콜럼버스가 미대륙의 일부인 지금의 하이티, 도미니카에 오착하여 마치 인도에 착륙한 것으로 잘못알고, 또한 구대륙을 신대륙으로 착각한 콜럼버스의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인데, 유럽인들은 곧 그 사실을 알아차렸으면서도 흑인들을 비하해서 부르는 기분으로 지난 500년간 계속 '인디언'이라 불러 오늘날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한 때 할리우드의 영화중 가장 애용하는 영화 제작의 소재는 정의의 백인 서부 사나이와 불의하고 야만적인 인디언과의 대결이었고 승리는 언제나 백인 총잡이들이였다. 우리들의 두뇌에는 인디언들의 야만성과 무력함이 각인되어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도 캐나다와 미국 연방정부는 "인디언 affair" <캐나다 정부> 또는 "인디언 Bureau" <미국정부>(원주민을 다스리는 연방, 주정부 부처) '인디언 Acts'(원주민을 다스리는 실정법)등의 용어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으며 많은 원주민들 조차도 그냥 아무 역사 의식이나 민족 의식이 없이 스스로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동안 이렇게 북미 사회가 지속되고 있어서 그들에게 이 단어에 대한 감정도 무감각해져 있기 까지 하다. 그러나 이제 지각이 있고 역사의식이 있는 원주민들은(특히 캐나다) 자신들을 표현할 새로운 단어들을 찾아내 구사하기 시작하고 있다.
조상(유럽인들이 미주로 몰려 오기 이전부터) 대대로 살아온 이 땅의 사람들을 "aboriginal('원주민' 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가장 적절)" 또는 "natives(토박이란 말로 원래 뜻은 이 땅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을 의미하나, 원주민을 일컫는 통칭으로 사용)"라 하며 캐나다에는 Inuit("People-사람들"이란 뜻으로 우리가 소위 에스키모<원주민인 Mohawk 사람들의 언어로 '날고기를 먹는 사람들'이란 뜻으로 경멸의 뜻이 담겨있다.> 라고 부르는 사람들), Metis(주로 모피교역을 하던 불란서 계통의 남자들과 원주민 여자들 사이에서 출생한 사람들의 후손들) 등을 제외한 모든 원주민들을 다 First Nations (American) people (Apachee, Nabaho, Mohawk, Cree, Chippewa, Haida, Algonquin, MicMac 등등)이라고 부르기 시작하고 있다.
얼마 전 독도 영유권 문제로 온통 모국의 나라 안팎이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 한국의 어느 교수는 한국이 러시아가 아닌 일본에게 삼켜 졌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는 이상한 소리를 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이 이 정도인 사람이 대학 교수로 강단에서 강의를 한다니, 이는 마치 늑대 대신에 이리에게 먹혔던 것이 다행이었다는 소리라 말할 수 있다.
역사의식과 민족의식이 뚜렷하지 못한 민족은 스스로 망한다. 적어도 일제 36년 간에 벌어졌던 우리 한 민족의 식민지 백성의 고난과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분이라면, 이 북미 땅에서 벌어졌던 원주민들의 식민 과정에서 벌어졌던 인종 말살의 역사와 모든 것을 약탈 당한 원주민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뿐만 아니라 어느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적어도 원주민 선교를 하는 분들 만이라도 '인디언' 이라는 단어의 유래와 뜻을 알면 함부로 말하지 못할 것이다. 주님의 능력으로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아야 한다.
원주민들에게 있어 가해자요 식민주의자요 약탈자인 백인 형제들의 오만한 무법, 무례한 호칭을 열강들의 식민정책의 피해자였던 우리 한민족만이라도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삼가고, <북미 원주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므로 무의식 중에라도 원주민들에게 계속 정신적인 피해를 주고 폐를 끼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