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와 미국 간 신경전이 만만찮다.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자국에서 활동하는 미국의 원조개발처(USAID) 직원 9명을 상대로 추방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수도 라파스에서 열린 노동절 기념식에 참석해 "(미 원조개발처가) 정부를 상대로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며 추방령을 내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2006년 집권한 이래 줄곧 반미 노선을 고수해온 모랄레스 대통령은, "남미가 자기네 뒷뜰이라고 한 사람이 있었다"며 "그런 말을 한 사람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존 케리 국무장관이 "서반구(중남미)는 우리 뒷뜰"이라고 한 말을 문제 삼고 내뱉은 것으로 분석된다. 케리 국무장관의 당시 발언은 중남미 지도자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모랄레스 대통령의 이번 추방령에 대해 미국 당국은 유감이라는 반응을 내고 있다.

미 국무부는 "미국은 볼리비아 내정에 간섭하지 않았으며 볼리비아 정부의 추방령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근거없는 비방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볼리비아 국민들"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원조개발처는 1961년 제정된 해외원조법에 따라 설립된 독립 행정기관으로, 세계 각지에서 경제개발과 인도주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볼리비아에서는 1964년부터 활동해 왔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2008년에도 미국 대사를 추방한 바 있으며, 2009년에는 미 마약단속국 관리들을 내쫓았다. 볼리비아 최초의 원주민 대통령인 그는 현재,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집권 좌파인 사회주의운동(MAS) 후보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