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2시쯤 서울 동작경찰서 민원실에 평범한 복장의 50대 여성이 찾아왔다.

유리문 밖에서 한참을 서성거리던 이 여성 변모(59·주부)씨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라는 경찰관의 물음에 "습득물을 신고하러 왔다"고 했다.

그녀의 습득물은 바로 '10만원'.

여성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하나씩 적으며 분실물 습득신고서를 작성하던 경찰관은 "돈을 주우신 날짜가 언제인가요?"라고 물었다.

이 여성은 들어올 때처럼 다시 한참을 머뭇거렸다. 한참만에 입을 연 변 씨는 작은 목소리로 "25년 전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가방에서 변 씨는 뭔가를 꺼내들었다. 5만원권 10장이 담겨 있는 하얀 봉투였다.

당황한 경찰을 향해 변씨는 자초지종을 털어놨다. 변씨는 "25년전 동작경찰서 근처 목욕탕 앞에서 10만원을 주웠다"며 "당시 신고를 했어야 하는데 형편이 어려워 그만 생활비로 써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신고해야지 생각했는데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렸고 그동안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살았다"며 "염치없지만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경찰관은 변씨에게 "습득물 신고는 습득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처벌을 받고요. 다만 공소시효가 5년입니다. 공소시효가 지났으니 돌려줄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씨는 "이 돈을 가져갈 수 없습니다. 돈을 드릴 테니 좋은 곳에 써주세요.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변씨는 황급히 민원실을 빠져나갔다.

변씨는 경찰서를 나서며 "이 세상에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는데 이제 조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결국 동작경찰서는 변씨가 두고 간 50만원을 동작구청 산하 사회복지법인에 기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