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희생양인가? 잔악한 팜므파탈인가? 아만다 녹스(Amanda Knox) 사건에 대해 이탈리아 대법원이 재심 명령을 내려 다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007년 이탈리아 유학 당시 영국인 룸메이트를 잔악하게 살해했다는 혐의로 26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던 미국인 여성 녹스는 2심에서 극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고 그 즉시 미국으로 귀국했다.
미국인 녹스, 이탈리아인 라페엘 솔레시토, 코트디부아르 출신 루디 구데, 영국인 메러디스 커쳐 등 국적과 출신이 다른 4명이 연루된 이 사건은 미국과 유럽에서 큰 관심을 받았으며 특히 가해자로 지목됐던 녹스의 미모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미국사회의 동정이 쏟아졌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영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이탈리아로 유학온 커쳐(당시 21세)가 2007년 11월 반나의 시신으로 발견됐다. 목에 심한 자상을 입은 것이 사망 원인이었다. 이에 조사를 벌이던 경찰은 커쳐의 룸메이트였던 녹스(당시 20세)와 그녀의 남자친구인 솔레시토(당시 23세)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솔레시토의 집에서 발견된 흉기에서 커쳐의 혈흔과 녹스의 DNA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녹스가 커쳐에게 자신과 커쳐, 솔레시토와 구데 등 4명이 성관계를 함께 할 것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싸움이 벌어졌고 녹스, 솔레시토, 구데가 커쳐를 살해했다"고 상황을 분석했다. 범인으로 지목된 구데도 자신과 함께 이들이 커쳐를 성폭행 하려다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 26년 형을 언도받은 녹스는 즉각 항소했으며 유죄 성립의 가장 중요한 단서였던 DNA에 대한 경찰 조사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결국 무죄가 선고됐다. 경찰이 DNA를 수집하는 가운데 증거자료가 외부적 영향에 오염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일었기 때문이다.
녹스는 2심에서 승소한 즉시 미국으로 귀국하며 미국인과 언론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1년 6개월 만에 이탈리아 대법원이 재심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번 재심에서 녹스가 패소하면 그는 이탈리아의 감옥에 수감되며 승소하면 혐의를 벗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자신의 고향인 시애틀에 머물고 있는 녹스가 재판을 받기 위해 이탈리아로 돌아갈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며 이탈리아가 강제로 녹스를 소환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단 사실이다.
녹스는 변호인을 통해 "우리는 무죄를 입증할 수 있다. 나와 가족은 잘못된 기소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재판을 받으러 이탈리아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