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에 연루됐던, 영국 가톨릭교회 최고성직자 키스 오 브라이언(Keith O'Brien) 스코틀랜드 추기경이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후임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오브라이언은 본래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유일한 영국인 추기경이었다.

25일(현지시각) 미국 허핑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추기경은 이날 성명을 통해 “다음 달 17일 교회법에 따른 대주교직 은퇴 연령인 만 75세가 되기 때문에 사임하는 것”이라며 “새 교황 선출을 앞두고 언론의 관심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콘클라베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 ‘건강상의 문제’로 처음 사임 의사를 밝혔다. 가톨릭교회는 성명을 통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월 25일 그의 사임을 수락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추기경의 이러한 결정이 매우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바티칸 역사학자인 암브로지오 피아조니(Ambrogio Piazzoni)는 “추기경이 사적인 스캔들 때문에 콘클라베에 참석하지 않은 적은 과거에 한 번도 없었다”고 전했다.

오브라이언 추기경의 사퇴 소식은 1980년대 이후 사제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처신을 해왔다는 성추문 의혹이 전날 옵저버(Observer)에 보도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스코틀랜드 가톨릭교회 현직 사제 3명과 전직 사제 1명 등 피해자들은 옵저버와의 인터뷰에서, 오브라이언 추기경이 오랜 기간 자신의 감독 아래 있는 사제와 신학생들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요구해왔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이들은 안토니오 메니니 영국 주재 교황청 대사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고발서한을 보내는 한편, 오브라이언 추기경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