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낙태 합법화 논란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현지 가톨릭교회 수장인 션 브래디 대주교가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정부의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션 브래디 추기경은 이날 성탄 미사에서 “생명의 권리는 기본적인 것이라고 믿는 모든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며 “어떤 정부도 무고한 생명으로부터 이같은 권리를 빼앗을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일랜드 공화국은 유럽연합(EU) 소속 회원 중 유일하게 낙태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국가다. 그러나 최근 힌두 여성이 낙태 수술을 거부당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낙태의 합법화가 다시금 논란이 됐다.

지난 주 아일랜드 정부는 낙태법을 완화해, 산모가 위험할 경우에는 낙태를 허용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같은 낙태 수술은 1992년 이후부터 기술적으로 허용돼 왔으나,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들이 시술을 거부함에 따라 실제로 적용된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제임스 레일리(James Reilly) 아일랜드 보건부 장관은 낙태법을 완화하는 방침을 밝힌 자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해 개인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정부는 그러나 아일랜드 내에서 임산부의 안전 보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헌신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 산모에게 어떤 치료 방법이 가능한가에 대한 법안 마련과 규제를 분명히 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인권재판소(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는 로마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가 법안을 다시 고려해,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아일랜드인들은 낙태의 합법화와 관련해 지난 1983년, 1992년, 2002년 세 차례에 걸쳐 치른 국민투표에서 이를 모두 반대해왔다. 따라서 낙태를 원하는 많은 여성들이 수술을 받기 위해 영국을 비롯한 이웃 나라로 출국하고 있다.

이러한 논쟁 가운데 교회와 정부는 매우 껄끄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 브래디 대주교는 이날 연설에서 “과거에 일부 부정적이면서 왜곡됐던 신앙과 공직자 사이의 관계성이, 올해는 이를 넘어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