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두바이=연합뉴스)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영화로 촉발된 이집트·리비아 시위가 금요 예배가 열린 14일(현지시간) 이슬람 전역으로 확산했다.


'이슬람 모욕' 영화 반대로 시작한 시위는 이날 중동권을 벗어나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번지고 대상도 미국뿐 아니라 서방 국가들로 확대됐다. 이슬람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시위대와 진압 경찰 간의 유혈 충돌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 수단서 영국·독일 대사관 피습…레바논 사상자 속출 = 이슬람 국가인 수단 시위대 수만 명이 이날 금요 예배를 하고 나서 이 영화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수도 하르툼 주재 영국과 독일 대사관에 난입해 건물을 파괴하고 불을 질렀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이들은 독일 대사관에 걸린 국기를 내리고 이슬람을 상징하는 검은색 깃발을 내걸었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두 대사관의 창문과 가구 등 집기류는 심각하게 파손됐고 이어 화염에 휩싸였다.


수단 경찰은 독일과 영국 대사관을 에워싼 시위대 5천여 명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소방차는 독일 대사관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사관 피습에 따른 사상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또 영국과 독일 대사관을 공격하고 나서 수만명으로 불어난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으로 행진하고 있다. 수단 경찰은 미 대사관으로 연결된 도로를 봉쇄하면서 시위대와 충돌했다.


시위대는 투석전을 벌이며 진입을 계속 시도하고 있어 사상자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레바논 북부 트리폴리에서도 이슬람 모욕 영화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정부군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레바논 제2의 항구도시인 트리폴리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와는 다른 도시다. 레바논 당국은 시위대가 정부 청사 공격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날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레바논에 도착한 날이다. 교황의 레바논행은 중동권에서 잇단 유혈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이집트·예멘 美대사관 주변 경찰-시위대 또 격렬히 충돌 = 이집트 수도 카이로와 예멘 수도 사나의 미국 대사관 주변에서도 이날 경찰과 시위대가 격렬하게 충돌했다.


카이로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는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에 항의하는 시위가 사흘째 이어졌다. 이집트 당국은 지금까지 경찰 24명, 시위대 224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8명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수백 명의 시위대는 이날도 미 대사관을 지키는 경찰을 향해 돌과 병을 던졌으며, 진압경찰은 최루탄으로 해산을 시도했다. 일부 과격한 이슬람주의 세력으로 이번 시위가 자칫 유혈 사태로 비화할 공산도 커 미국과 이집트 당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문제의 영화를 "공격적이고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이집트 국민에게는 자제를 당부했다.


예멘에서는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500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해 성조기를 태우며 미국 대사의 추방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대사관도 필요 없다, 대사도 필요 없다, 미국 대사의 추방을 원한다"라고 외쳤다. 또 "악마의 노예는 떠나라, 미국 대사는 떠나라"라면서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대사관 경비를 위해 배치된 예멘 경찰은 물대포와 함께 허공에 실탄을 쏘며 2천명에 달하는 시위대의 대사관 진입을 막았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이에 앞서 사나의 시틴 거리에는 수천명의 무슬림이 모여 평화 시위를 벌였다.


예멘 사나에서는 전날에도 수백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해 4명이 숨지고 34명이 부상했다.


◇아시아 이슬람 국가서 반미 시위 확산 = 인구 90%가 이슬람 신자인 방글라데시에서는 이날 1만여명의 시위대가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태우고 미국 대사관 쪽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이들은 금요 기도를 마치고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큰 바이툴 모카람 사원 바깥에 모여 "위대한 예언자에 대한 모욕을 용서하지 않겠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당국은 특수기동경찰대(RAB), 병력 수송용 장갑차와 물대포 등을 동원해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이 지역 골람 사르와르 경찰서장은 "집회는 평화로웠고, 시위대가 1마일(1.6㎞) 이상 행진하자 경찰이 제지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이날 350여명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지지자들이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는 코란 구절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미국 대사관 밖에서 영화에 항의하는 시위를 했다.


집회를 주최한 이슬람 단체 `히즈브 우트 타흐리르'의 한 연사는 "이 영화는 우리 예언자를 모욕했고 우리는 이를 규탄한다. 이 영화는 선전포고다"라고 외쳤다.


인구의 60%가 이슬람 신자인 말레이시아에서는 여러 이슬람 단체의 대표자 30여명이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미국 대사관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대사관 직원에게 "이 영상을 유튜브에서 삭제하고, 더는 확산되지 않도록 막으며 영화제작자를 `인도에 반한 죄'와 `이슬람교도에 대한 선동죄'로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메모를 전달했다.


하지만 이 시위 참가자는 기독교도 전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미국 대사를 숨지게 한 리비아의 폭력사태는 비난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유명 관광지인 바투 동굴과 북부 이포 등에서도 집회가 열렸으나 폭력사태는 없었다. 인도 카슈미르 지역의 스리나가르에서는 이날 수백명의 변호사들이 반미 구호를 외치며 파업을 했다. 아프가니스탄 동부 야라라바드에서도 수백명이 `미국에 죽음을' 등을 외치며 영화에 항의하는 집회를 벌였다.


파키스탄에서도 라호르 등지 몇몇 도시에서 수백명이 참가해 반미 시위를 열었다. 우크라이나 얄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이 영화는 우리의 삶의 방식에 대한 강한 도발"이라며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모욕은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