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국제 형사사법기구인 시에라리온 특별법정(SCSL)은 30일 전쟁범죄로 기소된 찰스 테일러(64) 전(前) 라이베리아 대통령에게 징역 50년 형을 선고했다.


리처드 러식 SCSL 재판장은 "피고가 인류 역사상 가장 극악무도한 범죄 중 하나인 시에라리온 내전 당시 이를 사주하고 도운 책임이 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러식 재판장은 이러한 반인륜범죄와 전쟁범죄 방조 행위를 한 피고에 대해 "재판부가 만장일치로 50년 형을 선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세계의 전ㆍ현직 국가 원수 가운데 국제법정에서 사법적 단죄를 받은 것은 2차대전 종전 후 독일 나치 전범에 대한 뉘른베르크 법정의 판결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테일러 전 대통령은 1991~2001년 이웃 나라 시에라리온의 내전 당시 반군단체인 혁명연합전선(RUF)이 저지른 민간인에 대한 테러를 지원하고 교사하는 등 11가지 반인륜 범죄와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시에라리온 반군으로부터 이른바 '피묻은 다이아몬드'를 받고 내전 기간 무기를 공급하는 등 반군 측을 도왔다.


당시 시에라리온에서는 10년의 내전 기간에 12만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RUF는 수천 명에 달하는 민간인들의 팔다리를 자르는 등 잔혹한 만행을 저질러 국제적 공분을 샀다.


테일러는 2003년 라이베리아 내 반대세력에 의해 축출된 뒤 나이지리아로 망명했으나 2006년 3월 체포됐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자리한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이후 산하에 시에라리온 특별법정을 설치해 이 사건을 다뤄왔다.


한편 시에라리온에서 과거 반군에 의해 참혹한 만행을 당한 피해자와 가족,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테일러가 중형을 선고받자 "정의가 이뤄졌다"며 환영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반군에 의해 양팔이 절단된 알 하지 주수 자르카는 "마침내 정의가 구현됐고 테일러는 자신의 죗값을 치르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