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이집트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이슬람 최대 조직 무슬림형제단이 내세운 모하메드 모르시가 선두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자 종교적 소수인 기독교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일간 이집션가제트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의 저명한 기독교 사상가인 카말 자크히르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기독교인들은 무슬림형제단을 위해 투표를 할 수 없다"며 "그들은 기독교인의 시민권을 박탈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에서는 전체 인구 약 8천500만명 가운데 10%가 기독교다.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아래에서도 차별을 받아 왔다는 이집트 소수 기독교인은 이슬람주의자가 정권을 잡으면 교회를 건설하는 데 법적 허가를 받지 못할뿐더러 고위 공무원직을 차지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믿고 있다.
또 무슬림형제단과 이슬람 근본주의자인 살라피스트들이 정치권에서 득세하면 기독교인을 포함한 비이슬람교도들에 '보호 명목'으로 세금을 걷을 것이란 소문이 나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기독교 활동가인 가말 아사드는 "기독교인은 결선투표에서 아흐메드 샤피크를 싫어하더라도 그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무바라크 정권은 최소 기독교인들에게 안전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샤피크는 무바라크 정권 때 마지막 총리를 역임했던 인물로 시민혁명 지지세력으로부터는 거센 비난을 받고 있지만 대선 1차 투표에서 득표율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모르시는 1차 투표에서 24.3%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고 샤피크는 23.3% 득표율로 뒤를 이었다. 결선 투표는 내달 16~17일 시행되며 최종 당선인은 같은 달 21일 발표된다.
이와 관련, 모르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에 당선되면 기독교인과 여성들에게 완전한 권리를 보장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독교인을 대통령 자문으로 둘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부통령 가운데 한 명을 기독교인으로 임명하겠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여성들에게는 이슬람식 복장 규정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