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타임스(NYT)가 14일 재소자의 이 같은 말을 인용하면서 중남미 교소도의 열악한 환경을 소개했다. NYT에 따르면 엘살바도르에는 8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19개의 교도소가 있지만 현재 수감된 인원은 2만4천명에 달한다. 수감자들은 수감 공간이 모자라 교도소 도서관에서도 지낸다. 천장에 그물침대를 매달고 바닥에 침대를 놓고 잔다. 도서관에 원래 있어야 할 책을 놓을 공간조차 없다.
중남미 교도소의 정원 초과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NYT는 중남미 교도소들이 적정 규모의 2∼4배에 달하는 인원을 수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교도소의 정원 초과 현상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남미 국가의 사법당국이 살인, 강도, 강간 등을 저질러 여론의 공분을 사는 범죄 집단 단속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속을 통해 검거한 수감자들을 우선 교도소에 수용하다 보니 교도소의 과밀화 현상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남미 교도소의 수감자들 중에는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은 미결수와 재판을 시작하지도 못한 피의자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온두라스의 산페드로술라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산토스 비센트 에르난데스는 12년 전 살인 혐의로 수감됐지만 아직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있는 교도소에 수용된 인원은 2천250명으로 적정 수용 규모 800명의 3배에 가깝다. 수감 인원의 3분의 2 정도가 아직 유죄 확정 판결을 받지 못했다.
에르난데스는 "여기 있기보다는 차라리 죽고 싶다"는 말로 교도소의 열악한 환경을 전했다.
베네수엘라 관리들은 교도소 수용자 중 미결수 비율이 50% 정도로 떨어졌다고 밝혔지만 비정부 단체들은 66∼70%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의 연구단체에 따르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파나마 등 다른 중남미 국가의 미결수 비율도 낮게는 30%에서 높게는 61%에 달한다. 미국의 미결수 비율 21%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UNHCHR) 등 인권단체들은 중남미의 열악한 교도소 환경에 대해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교도소 폭력, 교도소 화재 참사 등이 열악한 교도소 환경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문회가 열리고 보고서도 발간됐다. 교도소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당국의 약속까지 나왔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고 있다.
미주인권위원회의 산티아고 캔턴은 "교도소 폭력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교도소의 수감 환경 개선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살바도르의 교도소 간부인 넬슨 라우다는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교도소와 어린이 병원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