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살아 있는 곰에서 쓸개 액을 추출해 약재를 제조하는 중국 기업이 상장을 추진,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웅담을 빼려고 사육되는 곰이 1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남방일보(南方日報)에 따르면 중국 중약(中藥)협회 팡수팅(房書亭)회장이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중국에서 68곳의 농장이 합법적으로 웅담 추출을 위해 1만 마리의 곰을 사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팡 회장은 "웅담 추출 대상은 생후 3년 이상 되고 체중이 100㎏을 초과하는 곰"이라며 "현재 사육 중인 1만 마리 가운데 6천-8천 마리에서 웅담을 뽑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전보다 10% 이상 증가한 규모"라며 "중국에서 곰 사육은 이미 돼지를 사육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소개했다.


팡 회장은 살아 있는 곰의 쓸개를 추출하는 것을 두고 동물 학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웅담 추출은 수도관을 트는 것과 똑같다. 첨단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곰들이 전혀 통증을 느끼지 않고, 곰들의 건강도 해치지 않는다"며 "쓸개를 뺀 곰들은 즐겁게 나가 뛰논다"고 주장했다. 그는 "곰 사육은 야생 곰 보호를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도 말했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동물 애호가들과 보호단체들은 즉각 "자신의 쓸개를 빼 보고 얘기하라"면서 "동물과 환경 보호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논란이 되고 있는 웅담 제조업체 구이전탕(歸眞堂)의 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열린 것이다. 푸젠(福建)성에서 흑곰 400마리를 사육하며 살아 있는 곰에서 쓸개 액을 빼내 웅담가루 등 각종 약제품을 만드는 이 업체는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충, 사육 곰을 1천200마리로 늘리겠다며 지난 6일 차스닥 상장 신청을 했다.


중국 동물보호단체는 "구이전탕의 상장 허용은 살아 있는 곰에서 쓸개를 빼내는 동물 학대 행위를 격려하는 꼴"이라며 "중국의 국가 이미지 개선과 환경 보호를 위해 상장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저지 운동에 나섰다.


아시아동물보호기금과 중국의 저명인사들도 구이전탕의 상장을 반대하고 나섰다. 전국 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인 펑지차이(憑驥才)와 중국의 유명 사회자 추이융위안(崔永元) 등 72명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구이전탕의 상장을 허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기업의 증시 상장을 담당하는 차스닥 발행 감독관리부는 구이전탕의 상장 신청과 관련 여론을 수렴 중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