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우수농장' 인증을 받은 영국의 한 양돈 농가에서 돼지를 쇠파이프로 잔혹하게 죽이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고 BBC 등이 13일(영국 현지시간) 보도했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평등(AE)이 작년 7~9월에 노퍽주(州) 이스트할링 소재 농장에 위장 취업해 몰래 촬영한 이 영상에는 일꾼이 돼지를 걷어차고 쇠몽둥이로 마구 때려죽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AE는 지난 10일 몰카 영상을 영국의 대표적 동물학대방지단체인 동물학대방지협회(RSPCA)에 전달했다. RSPCA는 "지금껏 접수한 제보 영상 중 가장 충격적이었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농장은 영국의 민간 농축산물 안전 인증제도인 '레드 트랙터' 마크를 딴 곳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레드 트랙터 마크는 위생과 청결뿐 아니라 가축의 본성에 부합하는 '책임있는 사육' 등 포괄적 기준에 적합한 농장에만 부여된다.
이 제도를 운영하는 식품기준확인(AFS)의 데이비드 클라크 최고운영자는 "영상에 나타난 행위는 우리 인증제도로는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철저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농장은 약 242㏊ 부지에 경작과 양돈을 겸하는 농가로 돼지 약 4천두를 기르고 있다.
농장주 스티븐 브라운은 조사 협조 의사를 밝히면서도 "영상이 과장 편집된 것 같다"며 동물보호단체의 '몰카 촬영'을 비난했다. 그는 그런 촬영이 있었는지도 몰랐다며 "너무나 참담하고 굴욕적"이라고 토로했다.
죽은 돼지는 다리가 부러져 총으로 도살할 예정이었지만 당시 일꾼에게 총이 없어 둔기를 사용했다고 브라운은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