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몰디브의 모하메드 나시드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오후 하야를 선언했다. 나시드 대통령은 이날 오후 TV로 중계된 기자회견을 통해 "현 상황에서는 사임이 국가에 더 좋다고 생각된다"며 퇴진 의사를 보였다.


그는 "권좌를 유지하면 문제가 더 커지기만 할 것"이라며 "몰디브인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고, 철권으로 국가를 통치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몰디브 정부의 한 관리는 나시드 대통령의 사임 발표 직후 모하메드 와히드 하산 부통령이 취임 선서를 거쳐 최고 통치권을 물려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와히드 부통령이 "의회에서 아흐메드 사이즈 최고법관 앞에서 선서를 했고 이 모습이 TV로 중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몰디브에서는 나시드 대통령이 형사재판소 최고법관 압둘라 모하메드를 체포하라고 명령한 것을 계기로 그에 반발하는 시위가 몇 주째 이어져 왔다. 몰디브 정부는 모하메드 판사가 2008년까지 30년 간 장기 집권한 마문 압둘 가윰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고 부패에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통령과 대법원, 인권위원회 등 국가기구들은 모하메드 판사를 석방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처럼 정치적 불안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전날 경찰관 수백명이 수도 말레에서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이후 군 병력이 고무탄을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고, 반정부 시위대 측은 '여러 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시위에 나선 경찰관들은 국영 방송국을 점거하기도 했다.


인권 및 환경 운동가 출신인 나시드 대통령은 2008년 몰디브에서 처음으로 여러 정당이 참여한 선거를 통해 집권했지만 5년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나시드 대통령의 잔여 임기는 2013년 11월까지였다.


야당인 디베히카우미당의 하산 사이드 대표는 나시드 대통령을 부패와 권력 남용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며 군부에 나시드 대통령을 구금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몰디브 군의 압둘 라힘 압둘 라티프 대령은 나시드 대통령이 "구금되지 않았고, 관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몰디브 군은 이번 하야가 쿠데타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재 몰디브에는 약 30만명의 인구보다 훨씬 많은 90만여명의 관광객이 머물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관광객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