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TV 생방송 뉴스 진행도중 말실수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 매장을 언급했던 러시아 지방 방송사 여성 앵커가 문책을 모면했다. 30일 현지 일간 신문 '이즈베스티야' 등에 따르면 러시아 시베리아 도시 크라스노야르스크의 지역 방송사 'TVK'의 간판 여성 앵커 마리야 부흐투예바는 앞서 27일 생방송 뉴스 도중 "인터넷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을 매장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주의 혁명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을 말한다는 것이 실수로 이름이 같은 '블라디미르 푸틴'이라고 발음해 버리는 대형 방송 사고를 낸 것이다. 부흐투예바는 재벌 기업인으로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미하일 프로호로프가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의 대리석묘 안에 방부 처리돼있는 레닌의 시신을 매장해야 한다고 제안한 뒤 인터넷 상에서 레닌 매장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려다 말실수를 한 것이었다.
그녀는 처음엔 자신의 엄청난 실수를 전혀 깨닫지 못한 채 "선거 정국이니 만큼 최근들어 그러한(푸틴 매장) 구상이 나타난 것이 우연이 아닐 것"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여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이 멘트도 마치 최근 대선 3선에 도전하는 푸틴 총리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을 염두에 둔 듯한 설명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앵커는 1분 30초 정도가 지난 뒤 다른 뉴스로 넘어 갈 때에야 잘못을 깨닫고 "앞서 나간 뉴스와 관련, 대리석 묘에는 다른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레닌이 누워있다. 뉴스는 바로 그에 대한 것이었으며, 프로호로프도 바로 그의 운명에 대해 제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서둘러 정정했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뒤였다.
그의 말실수가 담긴 동영상이 바로 유투브에 올랐고, 지금의 선거 정국과 절묘하게 맞물린 영상은 주말을 거치며 3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파문을 일으켰다. 당연히 여성 앵커의 경력은 끝날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TVK 방송사 측은 30일 부흐투예바를 징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방송 사고의 심각성에 비해 아주 관대한 결정이었다. 방송사 측은 그러면서 부흐투예바가 실수를 깨닫고 곧바로 정정 멘트를 냈었다며 인터넷에서는 이 부분은 삭제되고 실수 부분만 떠돌고 있다며 자사 앵커를 두둔했다.
러시아에선 지난해 11월 TV 뉴스 생방송 도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관련된 뉴스를 전하면서 '손가락 욕설'을 해 논란을 일으켰던 인기 민영 방송 'REN TV'의 여성 앵커 타티야나 리마노바가 진행자에서 쫓겨나는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방송사 측은 리마노바의 제스처가 진행보조요원을 향한 것이었고 아무런 정치적 의미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그녀가 뉴스 진행자로서의 업무를 계속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징계 조치를 취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