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네덜란드의 가톨릭 시설에서 지난 1945년부터 1985년까지 40년 동안 청소년 수만명이 성학대를 당했다고 16일(현지시간) 가톨릭 성학대 조사위원회가 발표했다.
조사위는 최소한 800여 명의 성직자와 교회 관계자들이 아동 성학대를 저질렀으며 교회 내부 감독기관과 고위 성직자들이 이를 알고 있었으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유럽 전역에서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 학대 파문이 일자 네덜란드 가톨릭 교회는 아동 성 학대 문제를 조사할 중립적 위원회를 만들었다.
1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기독교민주당 소속 전직 교육부 장관 빔 데이트만이 위원장을 맡고 심리학자와 법조인 등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위는 이날 1천100쪽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위는 그동안 가톨릭 시설 성학대 탄원 1천800여 건을 조사, 학대를 저지른 800여 명의 신원을 파악했다. 이 가운데 생존자가 105명으로 파악됐으나 조사위는 이들이 지금도 교회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조사위는 또 현재 나이가 40대 이상인 3만4천여 명을 상대로 한 조사 등을 토대로 당시 네덜란드 어린이 10명 중 한 명 꼴로 교회 관계자들로부터 성학대를 당했다고 추계했다.
특히 당시 가톨릭이 운영하는 학교와 고아원, 보육원 등의 시설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 가운데 이 비율은 20%로 2배나 돼 최소 1만-2만 명이 성학대를 받은 것으로 평가했다. 이 가운데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학대도 있었으나 매우 심각한 학대도 수천 건에 이른다.
보고서는 "가톨릭 교회는 당시 성학대를 막기 위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아예 인정하지 않았으며 피해자들은 아무런 도움이나 보상,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데이트만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교회 관계자들이 몰랐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교구장을 비롯한 책임자들이 알고 있었고 성학대 사건 취급 내규들까지 마련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러운 세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정책'과 교회 내의 '침묵의 문화'가 사태를 오랫동안 은폐하고 키워왔다고 비판했다.
조사위는 1985년 이후에도 가톨릭 교회 내의 아동 성학대는 근절되지 않았으며 향후 이를 예방하고 제대로 다루기 위해선 가톨릭 내부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네덜란드 가톨릭 당국은 피해자로 확정된 사람들에게 피해 정도에 따라 1인당 5천~10만유로의 보상금을 지급키로 지난달 결정했다.
지난 2008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는 가톨릭이 최대 종교다. 전체 인구 1천600만 명 가운데 29%가 자신을 가톨릭 신자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