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성폭행 피해자지만 오히려 교도소에 갇히고 판사로부터 가해자와 결혼하라는 명령까지 받은 여성에 대해 대통령이 사면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 AFP 통신에 따르면 2년 전 사촌의 남편으로부터 성폭행당하고 나서 간통죄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은 여성 굴나스(21)에 대한 사면 탄원서에 시민들의 관심이 몰리며 5천500명이 서명했다.


굴나스는 재판 당시 판사로부터 "(가해자가) 노예처럼 부리더라도" 딸이 아버지 없이 자라지 않도록 가해자와 결혼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며 교도소에서 딸을 낳은 바 있다. 변호를 맡은 킴벌리 머틀리도 굴나스를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하는 탄원서를 지난 27일 대통령궁에 제출했다. 머틀리 변호사는 카르자이 대통령이 굴나스를 사면한다면 그가 아프간 여성들을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탄원서 서명자는 "정직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가해자 대신 피해자가 처벌받는 중대한 불의를 혐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굴나스 사건은 여성을 교육과 직업 일선에서 배제한 탈레반 정권이 전복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프간 여성들이 여전히 겪는 비참한 상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굴나스에 대한 동정 여론이 확산하자 아이말 파이지 아프간 대통령궁 대변인은 다음 달 1일 대통령이 주재하는 사법부 고위급 회의에서 굴나스 사건이 논의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이 사건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총장 대변인은 지난주 굴나스의 간통죄에 대한 유죄 판결은 파기됐으며 형기도 3년으로 줄었다면서 "성폭행당한 사실을 충분히 일찍 신고하지 않은" 혐의는 여전히 유죄라고 말했다. 또 애초 법원은 굴나스의 석방 조건으로 가해자와 결혼하라고 명령했고 굴나스도 이를 받아들였지만, 이 조건은 이제 무효로됐다고 머틀리 변호사가 말했다.


굴나스를 성폭행한 남성은 12년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받았다. 그는 여전히 굴나스의 사촌과 혼인한 상태지만 아프간 법으로는 두 번째 아내를 맞을 수 있다.


유엔에 따르면 아프간에서 성폭행이나 학대를 당한 여성 피해자들은 굴나스처럼 '도덕적 범죄'를 저질렀단 이유로 기소돼 중형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