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TV 생방송 도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손가락 욕설'을 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러시아 민영 방송 'REN TV'의 여성 뉴스앵커가 징계를 받았다.


REN TV 지도부는 24일(현지시간) 공보실을 통해 '뉴스 24시' 프로그램 진행 도중 허용될 수 없는 제스처를 한 뉴스 앵커 타티야나 리마노바를 중도하차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방송사는 언론보도문에서 "지난 14일 '뉴스 24시' 프로그램에서 진행자 리마노바가 생방송이 끝나기 전에 허용될 수 없는 제스처를 취했다"며 "이 제스처는 진행보조요원을 향한 것이었고 아무런 정치적 의미도 갖고 있지 않았으며 그 순간 보도된 뉴스 내용과 연관된 것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방송사는 "그럼에도 리마노바가 뉴스 진행자로서 업무를 계속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리마노바가 사고 당시 다른 영상이 방영되고 자신은 화면에 나오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지도부에 해명했지만 이것이 그녀의 책임을 경감시키지는 않으며 변명이 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보도문은 그러면서 "방송사 지도부는 그녀의 행동을 방송 윤리의 심각한 위반이며 비전문성의 표현이라고 평가한다"면서 해임 이유를 설명했다.


문제가 된 뉴스에서 리마노바는 미국 하와이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APEC의 차기 의장이 됐다고 전했다. 그리곤 "앞서 의장 자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맡고 있었다"고 언급하면서 곧바로 카메라를 향해 왼손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손가락 욕설'을 했다.


이 방송 뉴스는 오후 시간대(모스크바 시간 오후 4시 30분)에 방영돼 곧바로 큰 이슈가 되지는 않았으나 이후 뉴스를 캡처한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러시아는 물론 미국에서까지 널리 퍼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Daily Telegraph)'는 23일 "문제의 사건이 마침 (유럽 MD 문제 등으로) 미-러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시점에 불거졌다"면서 '손가락 욕설' 사건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REN TV가 예전에는 야당 성향이 짙었으나 지금은 점점 더 크렘린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지난 1997년 설립된 REN TV는 러시아 전역을 커버하는 인기 민영 방송 가운데 하나다. 리마노바는 REN TV에서 '뉴스24시' 진행을 맡아왔다. 그녀는 지난해 9월 러시아 방송 아카데미가 수여하는 권위 있는 방송인상인 '테피(TEFI)'의 '최고 뉴스 진행자' 상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