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예멘에서 33년간 장기 집권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사실상 퇴진하면서 '아랍의 봄'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다피 체제의 붕괴 이후 그동안 아랍권에서 거센 퇴진 압박 속에 힘겹게 정권을 유지하는 정상은 살레 대통령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둘 뿐이었다.


두 정상 가운데 살레가 먼저 퇴진을 선언, 결국 국제사회와 국민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는 중동 국가의 지도자는 아사드만 남게 된 셈이다. 아사드는 30년간 집권한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승계받아 11년째 집권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당국의 초강경 시위 진압으로 3천5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유엔은 추산되고 있지만 아사드의 권력 집착은 확고하다. 아사드는 지난 19일 영국 선데이타임스와 인터뷰에서도 "시위대와 충돌은 계속될 것"이라며 "시리아는 (민주화 시위대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강경 진압이 지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는 또 시리아 사태에 대한 서방국의 군사개입은 중동 지역에 격변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이런 군사적 충돌은 "파급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서방국이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고 현실적이라면 그렇게(군사개입)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아사드는 국가비상사태법을 48년만에 폐지하고 복수 정당을 허용키로 하는 등 각종 유화책을 내놓으며 사태를 수습해 보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최근에는 이탈병의 반란마저 거세지자 무력 외에는 의지할 수단이 없다고 결심한 듯 결사 항전의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아사드의 막냇동생인 마헤르 알 아사드는 정예 부대인 제4사단과 공화국수비대를 이끌며 아사드 정권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번 살레의 퇴진이 같은 아라비아반도의 바레인 등 일부 아랍국가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충분하다. 바레인 당국은 지난 2∼3월 수니파의 권력 독점에 반대하는 시아파의 반정부 시위를 외국 군대까지 동원해 무력으로 진압해 야권과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왕정국가에서는 재스민 혁명의 불씨가 이미 대부분 꺼졌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아랍의 봄' 바람이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넘어설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올 초 베이징 등지에서 소규모 시위가 발생하면서 중국 정부까지 긴장시킨 `변혁'의 동력이 3대 세습을 준비 중인 북한에까지 전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