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얼굴이 화끈거려서 신문을 빨리 접었어요." "날치기 통과에 최루탄 저항…의원님들 언제까지 이럴건가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최루탄 살포 소동을 담은 사진이 23일자 외국 주요 신문에 실리면서 교민들이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메트로 신문은 23면에 최루탄 소동을 다룬 기사와 사진 2장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이 신문은 `국회의원이 FTA 비준안 저지 위해 최루탄 발사'라는 제목의 국제면 톱기사에서 "FTA 비준안 통과를 막으려는 야당 의원이 여당 의원들을 최루탄으로 공격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해당 장면을 볼수 있는 동영상 링크까지 친절히 안내해 놓았다. 메트로는 기차나 전철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보는 신문이다.
좌파 성향의 영국 일간 가디언도 사진과 함께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준안 통과를 강행하자 고함과 비명이 이어졌고 야당 의원들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에 이어 민주노동당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한미 FTA로 격한 사건이 일어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라면서 "2008년 당시 야당 의원들은 망치를 동원해 방어벽을 친 회의실로 진입하려 했었다"고 전했다.
앞서 영국 공영방송 BBC는 22일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가스를 뿌리고 이를 저지하는 장면,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의사당에 앉아있는 의원들 모습, 최루가스를 청소하는 직원 등의 영상을 주요 국제뉴스로 보도했다. BBC는 "대부분의 야당 의원이 기권한 가운데 한 야당의원은 표결 전에 최루가스를 터뜨렸고 다른 야당 의원들은 강행 처리에 야유를 퍼부었다"면서 한국의 농민과 일부 노동자들이 생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협정에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런던 지사에 파견 근무중인 김모 주재원은 "아침에 기차 안에서 무심코 신문을 펼쳤다가 깜짝 놀라 신문을 재빨리 접었다"면서 "창피해서 출근하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FTA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비준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는 여당이나 이를 막으려고 최루탄을 국회 의장석에 뿌리는 국회의원이나 볼성 사납기는 마찬가지"라며 "매일 선진국 진입 어쩌구 하면서 정치 행태는 70~80년대에 머물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 런던에 근무하는 또 다른 파견 직원인 박모씨는 "외국에서 케이팝(K-POP)이 인기를 끌면서 국가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이 일순간에 고춧가루를 뿌린 셈"이라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물어볼 지도 몰라 오늘은 그냥 사무실에서 조용히 지내야 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