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중국의 한 병원이 갓 태어난 아기를 죽은 것으로 착각해 쓰레기통에 버린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해 중국의 허술한 의료 시스템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5일 광저우(廣州)일보에 따르면 임산부 류둥메이(劉冬梅)씨는 임신 32주 만에 산기를 느껴 지난달 23일 광둥성 포산(佛山)시의 적십자병원에 입원했다. 류씨는 남편과 함께 고향 장시(江西)성을 떠나 포산시에서 일하던 농민공 여성이다. 26일 새벽 양수가 터지며 출산이 임박했다. 그러나 주치의가 없어 류씨는 어쩔 수 없이 간호사 두 명의 도움을 받아 병실에서 아이를 낳았다. 새벽 5시께 아기가 나왔고 산모는 옆 치료실로 옮겨졌다.


그러던 사이 간호사들은 병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편 왕하이장(王海章)씨게 태어난 아이는 딸이지만 이미 숨진 채로 나왔다고 알렸다. 이어 이들은 아이를 비닐봉지에 넣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망연자실해 우는 왕씨를 대신해 그의 누나가 아이의 시신을 확인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놀랍게도 치료실에 딸린 화장실 구석에서 비닐봉지에 담겨 있던 아이는 꾸물대며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딸이라던 아이는 남자 아이였다.


간호사와 의사들은 그제야 허둥지둥 피와 오물투성이인 아이를 씻기고 인큐베이터에 넣었다. 이 아기는 출산 이후 20분 동안이나 화장실에서 방치돼 있었다. 인큐베이터에서 지내는 아기는 체중이 1.9㎏밖에 나가지는 않지만 다행히 비교적 양호한 건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병원 측은 당시 조산아인 아기가 호흡을 하지 않는데다 피부도 청색을 띠고 있어 간호사가 숨진 것으로 잘못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의사의 지시 없이 사망 판정을 내린 것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시인했다.


왕씨 가족들이 이 같은 억울한 사연을 인터넷에 알리면서 중국 누리꾼들은 귀중한 아기의 목숨을 앗아갈 뻔한 병원의 무책임한 대처에 비난을 쏟아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이 일어난 병원이 최근 '궈메이메이(郭美美) 스캔들'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중국 적십자회 산하 병원이라는 점에서 대중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