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의 두 여성이 지난 1일 밤 경찰서를 찾았다. 월스트리트 인근 주코티 공원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신고하기 위해서였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26세 남성을 붙잡아 성폭력 혐의로 기소했다. 자본주의의 탐욕을 비판하는 반(反)월가 시위대의 베이스캠프 격인 주코티 공원이 `범죄 소굴'로 변질되고 있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 9월17일 시위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주코티 공원에서 신고된 성폭행과 추행 사건은 부지기수다. 아이폰 등 전자기기의 도난 사건은 사실상 일상사가 됐다는게 경찰의 설명이다. 개방과 자율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시위대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범죄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칸막이 없이 사생활이 철저하게 노출됐던 초기와 달리 지금은 빼곡하게 설치된 텐트로 인해 은밀한 장소가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텐트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추위는 막아 주지만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시위대는 자체 치안팀을 구성해 매일 밤 무전기를 들고 순찰을 하지만 범죄 예방에는 속수무책이다. 기획팀은 텐트를 아예 철거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에 합류하는 노숙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도 골칫거리다. 두달째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시위대 입장에서 노숙자들이 공원으로 몰려드는 것을 막을 명분도 없다. 로런 디지오이어(26.여)는 "우리가 이곳에서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나가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로런은 시위대에 합류한 첫날 밤 잠을 자다 깼을 때 한 남성이 자신을 더듬고 있음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자신을 추행했던 그 남성은 아직도 주코티 공원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찰에 신고되는 사건이 극히 일부에 그친다는 점이다. 치안팀의 한 관계자는 피해 사례 가운데 지극히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신고한다고 실토했다.


맨해튼에서는 반월가 시위가 시작된 이래 1천38명이 체포됐다. 대다수는 교통방해 등의 혐의를 받지만 성폭행이나 추행, 마약소지 등으로 검거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들은 소음과 악취로 인해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그치지 않는 상황에서 시위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도 2일 "인근 주민들과 상가의 피해가 너무 크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동안 구호는 인정할 수 없지만 발언권은 주어져야 한다며 시위대를 두둔했던 그다.


그는 "뉴욕시는 대중들의 안전과 모든 시민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조치들을 취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방의원 4명은 시위대로 인해 주민들의 삶의 질이 크게 훼손됐다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시청으로 보냈다.


블룸버그 시장의 이 같은 발언 직후 경찰은 그동안 시위대 보호를 위해 공원 주변에 설치했던 바리케이드를 일부 제거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