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반(反) 월가 시위대의 노숙 텐트 설치를 놓고 마찰을 빚어온 영국 세인트폴 성당의 주임 사제가 사임했다. 세인트폴 성당 그래미 노울스 주임 사제는 31일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어 주임 사제직에서 물러난다면서 성당이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돌파구가 되길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성공회 수장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그의 사임 소식을 듣게돼 슬프다고 말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성당측은 그동안 성당 앞에 설치된 텐트 200여 채의 철거 문제로 시위대와 마찰을 빚어왔다. 런던 금융지구인 `시티'를 관할하는 행정 당국은 이날 시위대에 48시간 이내에 텐트를 철거해줄 것을 요구하는 편지를 발송했다. 행정 당국은 시한이 지나면 강제 철거를 법원에 요청하는 법적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 월가 시위대는 지난 15일 금융지구 진입이 막히자 길목인 세인트폴 성당 앞에 200여 채의 텐트를 세우고 농성을 벌여왔다. 350년의 역사를 지닌 이 성당에는 유명인과 전몰장병 등의 위패가 모셔져 있고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세기의 결혼식'을 올려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성당 측은 화재, 안전,위생 등의 문제를 들어 21일부터 관광객과 신도들의 입장을 금지했고, 23일에는 1940년 이후 처음으로 일요일 공개 미사를 열지 못했다.
관할 행정당국과 성당측은 그동안 시위대에 공공도로에 텐트를 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자진 철거를 요구해왔으나 시위대는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일간 더 타임스는 최근 텐트 10개 가운데 1개만 밤에 농성자가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경찰 헬기의 열 감지기 사진을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