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지쉬<터키> AP·AFP=연합뉴스) 규모 7.2의 강진이 터키 동남부를 강타한 지 닷새째인 27일(현지시간) 사망자 수가 550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극적인 구조 소식이 잇따랐다. 이스라엘, 아르메니아 등 각국의 구호물자도 속속 터키에 도착했다. 그러나 영하로 떨어진 기온과 함께 눈까지 몰아치자 정부가 구호물자를 공정하게 배분하지 못한다는 피해자들의 불만은 계속됐다.


◇ 매몰 100여 시간 만에 생존자 구조 = 이날 최대 지진 피해지역인 반 주(州) 에르지쉬군(郡)의 한 마을에서는 구조 요원들이 건물 더미에 갇혀 있던 임다트 팔락(18) 군을 구해냈다. 아제르바이잔군(軍) 구조대원들이 이틀간 건물 잔해를 헤친 끝에 매몰 100여 시간 만에 팔락 군을 구하자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은 "알라는 위대하다"고 외치며 환호했다.


같은날 에르지쉬의 다른 마을에서는 19세 소년이 5층 건물이 무너져내린 잔해 속에서 91시간 만에 구조되기도 했다. 이어서 28일 새벽에는 아파트 건물 잔해 아래서 13세 소년이 극적으로 구조됐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터키 당국은 지금까지 총 186명이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됐다고 밝혔다.


◇ 해외 구호물자 속속 도착 = 터키 당국은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550명에 달하고 2천300여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의 후세인 셀리크 당수는 이번 지진이 70만명에게 피해를 줬으며 최대 11만5천개의 텐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터키 정부가 지난 26일 초동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 사태를 스스로 수습하려던 애초의 방침을 바꾼 이후 해외 원조물자가 속속 터키에 도착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비행기는 5개의 조립식 주택을 싣고 지진 피해지역 인근의 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2010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입항하려던 터키의 구호선박을 공격해 9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양국 관계는 급격히 악화한 상황이었다. 셀쿡 우날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외교관계는 인도적 지원과 별개의 사안"이라면서 유엔을 비롯해 프랑스, 러시아, 요르단, 벨기에 등 14개 국가가 터키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제1차대전 중 벌어진 아르메니아인 학살 문제를 놓고 아직도 터키와 껄끄러운 관계인 아르메니아도 텐트, 침낭, 담요 등 40t의 구호물자를 실은 비행기를 터키로 보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은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터키에 5천만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 구호물자 배부 공정성 논란 여전 = 지진이 강타한 반 주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눈까지 내리자 구호물자를 받지 못한 피해 주민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일부 주민들은 임시 텐트를 떠나 여진으로 붕괴가 우려되는 집에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에르지쉬에 거주하는 페티흐 젱킨(38)은 "나흘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텐트를 받지 못했다"면서 "우리 가족은 바닥에 플라스틱 널빤지를 깔아놓고 노숙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젱킨은 "아이가 10명인데 다들 몸이 아프다"며 "눈까지 와서 정말 끔찍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에르지쉬 거주민인 에르군 오즈멘(37)은 "불경스럽게도 일부 사람들이 텐트를 10개씩 받아서 팔고 있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바일락타르 터키 환경·도시계획장관은 "이제는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텐트를 나눠주지 않겠다"면서 "살던 건물이 무너져내린 이들을 가려내서 우리가 직접 텐트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