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영국 성공회가 세인트폴 성당 앞에서 노숙 농성중인 런던의 반(反)월가 시위대에 텐트를 철거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영국 성공회 서열 3위인 리처드 샤르트레 주교는 26일 "성당 앞 시위대는 매우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했다"면서 "그러나 노숙 텐트들로 인해 그러한 취지가 완전히 빛을 잃을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반월가 시위대는 지난 15일 금융지구인 `시티' 진입을 차단당하자 길목인 세인트폴성당 앞에 200여 채의 텐트를 세웠다.
사르트레 주교는 "이제 초기 취지가 훼손되기 이전에 시위대가 떠날 때가 됐다"고 충고했다. 앞서 세인트폴성당의 주임 사제도 시위대에 대해 텐트를 철거해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시위대는 인근 핀즈베리 광장에 제2의 노숙 장소를 마련해 텐트들을 일부 분산시켰다. 성당 측은 화재·안전·위생 문제를 들어 지난 21일부터 관광객과 신도들의 입장을 금지했고 23일에는 1940년 이후 처음으로 일요일 공개 미사를 열지 못했다.
350년의 역사를 지닌 이 성당에는 유명인과 전몰 장병 등의 위패가 모셔져 있고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세기의 결혼식'을 올려 관광객이 많이 몰려든다.
성당 입장 금지로 인해 하루 2만 파운드(한화 약 3천700만원)의 수입 손실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간 더타임스는 경찰 헬기가 심야에 열 감지기로 텐트 주변을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텐트 10개 가운데 9개가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시위대의 행동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시위 주최측은 밤마다 교대로 텐트를 지키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노숙 농성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