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폴리=연합뉴스) 최근 사망한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시신이 25일(현지시간) 리비아의 한 사막에 매장됐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리비아 임시정부 격인 국가과도위원회(NTC)의 압델 마지드 믈레그타 사령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카다피와 4남 무타심의 시신을 리비아 내 사하라 사막의 비밀 장소에 매장했다고 밝혔다.
또 NTC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적절한 예의를 갖춘 채" 카다피와 모타심을 매장했다고 밝힌 뒤 추후 공식적으로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카다피가 사망한 최후의 시르테 전투를 주도한 미스라타 시민군 관계자는 카다피와 아들 무타심, 아부 바크르 유니스 전 국방장관 등 3명의 시신을 매장하면서 일정한 의식을 거행했다고 전했다.
시신 매장에 앞서 카다피에게 충성하던 성직자 3명이 기도를 하고, 종교의식을 진행했다고 이 관계자는 부연했다. 카다피 등 3명의 시신은 매장 전까지 미스라타의 한 정육점 냉장고에 전시됐었다.
또 압둘 하피즈 고가 NTC 부위원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통화에서 카다피 시신이 사막의 모처에 매장됐다고 확인한 뒤 "시신은 그의 부족에게 인계되지 않았다"면서 "카다피의 페이지는 영원히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로써 리비아를 42년간 철권통치한 카다피는 시민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지 닷새 만에 생전에 공언한 대로 자국 땅에 뼈를 묻었다.
그러나 카다피가 체포되는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통해 제기된 시민군의 총격 정황과 시신의 모욕적인 처리, 시민군의 카다피 추종세력 학살 의혹 등을 둘러싼 논란은 향후 부족 간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특히 카다피 사망 과정에서 시민군에 적개심을 품은 카다피 지지세력이 앞으로 꾸려질 새 정부에 저항할 경우 리비아 정상화에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엔과 NTC는 카다피 사망 및 사후 처리 과정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카다피는 지난 8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시민군의 공세에 수도 트리폴리를 내준 뒤 자신의 고향인 시르테에 은신한 채 저항하다 지난 20일 사망했다.
시민군 병사들은 카다피의 시신을 미스라타의 한 정육점 냉동창고에 전시했다가 해외 인권단체 등을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시신이 부패하자 신속하게 매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편 카다피 정권의 2인자 역할을 했던 차남 세이프 알 이슬람은 조만간 니제르 국경을 넘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소식통은 AFP 통신에 "세이프 알 이슬람이 아직 국경을 넘은 것은 아니지만 현재 국경 아주 가까이에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카다피의 자녀 가운데 리비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세이프는 현재 위장여권을 소지했으며 먼저 니제르로 도피한 외삼촌 압둘라 알 세누시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