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AP·AFP=연합뉴스) 친딸을 살해한 남성을 납치해 법원 앞에 데려다 놓은 사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프랑스 남성이 결국 30년간 이어진 법정 싸움에서 승리했다.


프랑스 파리 형사법원은 1982년 프랑스 소녀 칼린카 밤베르스키(당시 14세) 양을 살해한 혐의로 칼린카의 의붓아버지자 독일 의사인 디터 크롬바흐(76)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크롬바흐가 계획적으로 폭력을 행사해 칼린카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크롬바흐의 변호사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붓아버지인 크롬바흐와 함께 독일에서 살던 칼린카는 1982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칼린카의 생부인 앙드레 밤베르스키(76)는 의사인 크롬바흐가 딸을 성폭행하기 위해 약물을 주사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독일 법원은 1987년 증거 불출분을 이유로 사건을 기각했으나 프랑스 법원은 1995년 열린 궐석 재판에서 크롬바흐에게 살인방조 혐의를 적용,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특히 크롬바흐가 1997년, 당시 16세였던 자신의 환자를 마취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독일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그에 대한 의심은 더 짙어졌다.


그러나 독일 사법당국이 2004년 일사부재리 원칙을 들어 프랑스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부하자 밤버스키는 2009년 크롬바흐를 납치한 뒤 독일에 인접한 프랑스 국경지대의 한 법원 현관에 데려다 놨다.


프랑스 법원은 궐석 재판 피고인이 체포되면 재판 절차를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법률에 따라 이날 다시 징역형을 선고했다.


밤베르스키 역시 크롬바흐 납치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하지만 이날 크롬바흐의 판결을 본 밤베르스키는 "내가 했던 모든 행동은 공정하고 완전한 재판을 위한 것이었다"며 "이제 슬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