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카라 AP·AF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리히터 규모 7.2의 강진으로 지축이 흔들린 터키 동남부는 그야말로 눈물이 뒤섞인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사람들은 흙더미에 갇힌 가족을 구하려고 맨손으로 토사를 파내고, 무너진 건물더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등 안타까운 모습들이 목격됐다.


이런 가운데 평소 터키와 '외교적 악연'을 맺어왔던 그리스와 이스라엘을 포함해 전 세계 각국에서 구호의 손길이 이어졌다.


◇ "저 안에 내 아이가 있어요"…맨손 구조 = 최대 피해지역인 반 주(州)에서는 강진으로 아파트와 사무실을 비롯한 건물 상당수가 무너지거나 파손됐다.


현지 주민들은 미처 대피하지 못한 가족들이 갇혀 있는 건물잔해와 흙더미 앞에서 구조대원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일부는 직접 삽을 들고 토사를 치우기도 했고, 급한 마음에 맨손으로 흙을 파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반 시(市)의 한 붕괴한 건물 앞에 서 있던 한 남성은 미 CNN방송 취재진 앞에서 "나의 아내와 아이가 저 안에 있어요. 4살짜리 아기가 저 안에 있다구요!"라고 울부짖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 여진으로 구조작업 애로 = 최초 지진이 발생한 지 10시간 만에 이미 100여 차례의 여진이 뒤따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여진이 구조활동의 최대 장애물로 떠올랐다.


현지 당국은 규모 6.0의 지진을 포함해 무시 못할 강도의 여진이 이어지자 추가적인 건물 붕괴를 우려, 주민들의 건물 접근을 통제하고 나섰다.


밤이 되면서 구조 작업은 더욱 어려워졌다. 구조 대원들은 투광기와 중장비까지 동원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건물에 갇힌 생존자들의 인기척을 포착하기 위해 침묵 속에서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현재 터키 전역에서 급파된 구조팀 1천275개가 헬기 6대를 동원해 피해 지역에서 구조를 진행 중이지만 인력이 부족해 현지 당국이 군부대까지 투입한 상태다.


한편 반 시와 에르지쉬 군(郡) 생존 주민들은 적십자 측이 대형 경기장에 마련한 텐트에서 잠을 청하고 있으나 전력과 난방시설이 공급되지 않아 추위와 불편을 호소했다.


◇ "재해 앞에선 적국 없어"…그리스·이스라엘도 지원 = 평소 터키와 외교적 마찰을 겪어온 그리스와 이스라엘을 포함, 각국에서 도움의 손길이 전해지고 있다.


지중해의 분단된 섬나라 키프로스를 놓고 터키와 오랫동안 외교적 갈등을 빚어온 그리스는 이날 이메일 성명을 통해 지진 피해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한 자국의 구조팀을 현장에 파견하는 등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도 이날 터키 정부에 지원 제공의 뜻을 밝혔으나 터키 정부가 이를 거절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터키가 지금 당장은 거절했지만, 지원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여전히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양국은 지난해 5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구호선을 공격, 터키인 9명이 숨지면서 급격하게 경색됐다.


그밖에 독일과 미국, 러시아 등 전 세계 각국에서 지진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함께 구호물자 등을 제공할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