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경마 천국인 영국에서 경주마에 채찍을 몇번이나 허용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영국경마협회(BHA)는 경주마 보호 차원에서 경주 때 채찍 사용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규정을 마련해 지난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협회는 평지 경주의 경우 7차례, 장애물 경주의 경우 8차례로 채찍질을 제한했고 이를 어기는 기수에게는 최소 3일간 출전을 정지시키고 상금도 압수했다.
그러자 기수들이 들고 일어났다. 기수협회는 경마협회의 조치에 반발해 동맹 파업을 선언했고, 한 유명 기수는 기수 면허증을 반납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양측은 협상 끝에 21일 타협안을 도출했다. 타협안은 최대 채찍질 횟수는 평지 경주 7차례, 장애물 경주 8차례로 제한하되 이를 경주 도중 아무때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경주가 과열되는 마지막 직선주로 구간인 펄롱이나 장애물 경주의 경우 마지막 장애물을 통과한 지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채찍 횟수를 5번으로 제한하던 것을 완화했다. 기수들은 채찍 제한 횟수는 받아들이면서 막바지에 채찍을 몰아서 사용할 수 있는 실리를 챙긴 셈이다.
타협안은 또한 채찍질을 한차례 더 했을 경우 상금은 압수하지 않고 출전 정지 징계만 내리기로 했다.
협회는 새로운 규정이 발효된 10일 이후 치러진 경주에 이를 소급 적용키로 했다. 경마협회는 발표문에서 "최선의 타협점에 도달했다"면서 "기수들은 경마 애호가들을 위해 파업 등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7일 경주에서 채찍 규정을 초과해 5일간의 출전 정지 조치를 받았던 아드리언 니콜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상식이 승리를 거둬 기쁘다"면서 "우리에게는 전체 채찍 횟수 보다는 마지막 구간이 중요하기 때문에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경마의 종주국인 영국에서는 왕실과 귀족 등 상류층을 중심으로 경마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