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42년 철권통치를 휘둘러온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가 고향 시르테에서 처참한 종말을 맞이하면서 아랍세계는 환희에 들떠 있지만 카다피가 없는 리비아는 향후 더 험난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세계 유수 언론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유혈이 낭자한 카다피의 주검이 휴대전화와 TV 스크린을 통해 돌아다니기 시작한 직후 독재 권력의 최후에 대한 교훈과는 별개로 아랍세계에는 근심과 우려의 시선도 교차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랍의 봄'이 촉발시킨 많은 갈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시리아의 반체제 운동가인 무스타파 하이드는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카다피의 시신을 본 직후 "카다피는 재판에 회부됐어야 하며 그의 범죄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을 통해 리비아가 화해와 용서의 과정을 밟아야 했다는 것이다.


NYT는 오는 23일 첫 자유선거가 시행되는 튀니지의 경우 1천200만명이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 단일 종족, 아랍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수준, 폭넓은 중산계층, 정치에 무관심한 군(軍), 온건한 이슬람 운동 등으로 인해 그나마 가장 성공적인 자유 민주주의 이행과정을 밟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선거후 종교와 정치의 갈등은 튀니지의 장래를 여전히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리비아는 튀니지와 달리 수많은 종족과 정치적 분파로 갈라져 있어 카다피 사후 훨씬 어려운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카이로 소재 아메리칸 대학 총장인 리사 앤더슨은 "한동안 리비아에서는 카다피의 주검을 확인하고 환희에 들떠 있겠지만 그 행복감이 소멸하고 나면 그들을 묶어줄 어떤 끈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아 국가과도위원회(NTC)의 각 분파를 묶어줬던 `카다피 타도'의 목적이 상실된 상태에서 리비아 사회의 분열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도 "40여년 동안 리비아를 하나로 유지해왔던 전제주의적 통치의 부재 속에서 과연 민주적이고 대의적인 정부가 역사적 뿌리가 다른 사회를 하나로 통합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 가장 큰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리비아인들은 나토의 공습 지원이 있긴 했지만 자신들의 노력으로 카다피 독재를 타도했다고 믿는 상황에서 외부의 `민주주의'를 지지해야 할 절박성도 별반 없는 상황이라고 CSM은 전했다.


노스텍사스 대학의 마이클 그레이그 교수는 "새로운 민주 정부의 성공 가능성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는 사회적 응집력"이라며 "사회가 다양할수록 새로운 정부가 안정성을 띄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카다피는 사살되기보다는 재판에 서서 국내외 많은 물음에 답하는 것이 나았다"면서 "그러나 그의 죽음이 갓 태어난 신생정부인 NTC가 직면한 리비아 재건의 도전을 보다 용이하게 한 측면도 있다"고 긍정평가했다.


카다피가 건재한 것보다는 그가 죽은 상황이 과거 독재정권의 잔재를 보다 빨리 청산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FT 역시 40여년 동안 한 사람에게 집중됐던 리비아 사회는 기능적 제도가 거의 전무할 뿐 아니라 승자인 NTC 내부의 분열적이고 경쟁적인 그룹들 간의 부조화는 역시 새로운 리비아의 최대 도전이 될 것임을 지적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카다피의 죽음이 시리아, 예멘 등 중동의 다른 국가들에 던지는 교훈은 극단적인 것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일부 아랍의 민주화 운동 시위대에게는 잔혹한 독재자를 전복시킨 성공적인 예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독재자들에게는 권좌를 내놨을 때 자신들이 치러야할 대가가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를 가르쳐준 계기도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