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가 사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면서 국제 사회에서 그의 몇 안 되는 지지자로 여겨졌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동지를 잃어버리게 됐다.


카다피와 우정을 과시해 온 차베스 대통령은 올 2월 리비아 민주화 열기로 카다피 정권이 궁지에 몰리자 평화적 중재안을 국제사회에 내놓는 등 무너져가는 친구를 구원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 왔다. 그는 관영TV를 통해 리비아 사태에 개입한 서방국가를 거듭 비난하는 한편 반군의 대표기구인 국가과도위원회(NTC)가 카다피를 수도 트리폴리에서 몰아낸 뒤로도 카다피 정권만이 리비아의 유일 정부라며 그를 마지막까지 두둔했다.


차베스는 첫 대통령직에 취임한 1999년 이후 카다피와 깊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는 2005년 차베스에게 '알-카다피 인권상'을 준데 이어 이듬해에는 리비아 벵가지에 차베스의 이름을 딴 축구경기장을 만들어 우애를 과시했다.


차베스도 카다피의 우정에 보답하듯 2009년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그에게 남미 독립영웅인 시몬 볼리바드의 뜻을 기리는 '해방자의 검'을 선물했다. 그는 지난 2월에는 "남미에 볼리바르가 있다면 리비아에는 카다피가 있다"면서 카다피를 최고의 영웅으로 치켜세운 바 있다.


차베스와 카다피는 주요 산유국들의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ECD)' 회원국의 정상들로 막강한 에너지 자원을 무기로 서방에 맞서 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또 둘 다 군인 출신으로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잡거나 정치적 세력을 키웠다는 비슷한 경험도 갖고 있다.


이날 쿠바에서 나흘간의 건강검진을 마치고 귀국하는 차베스 대통령은 카다피의 사망소식과 관련해 아직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명 간 관영TV를 통한 그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카다피의 죽음을 제국주의의 만행으로 규정하 비난을 퍼부을 것으로 보인다.


차베스와 함께 중남미에서 카다피의 '절친'으로 꼽혔던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도 그의 사망소식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카다피가 정권붕괴 위기에 몰리자 그의 망명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치적 동지를 자처해왔다. 오르테가도 2009년 카다피가 수여하는 알-카다피 국제 인권상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