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20일 숨지면서 향후 리비아를 이끌어 나갈 국가과도위원회(NTC)의 정부 구성 작업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카다피의 사망으로 반군의 중심인 NTC의 새 정부 구성 작업이 일단 상당한 탄력을 받겠지만 혁명의 공과를 둘러싼 지역별, 부족별 이해 다툼 등 넘어야할 장애물 또한 만만치 않다. 무스타파 압델 잘릴 NTC 위원장은 카다피를 권좌에서 몰아낸 뒤 9월 13일 트리폴리에서의 첫 연설에서 새 국정 방향을 제시하며 사실상 새로운 정권의 탄생을 알렸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미 NTC를 리비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한 만큼 NTC를 중심으로한 물밑 조각 작업이 한창이다. 또한 국제사회가 동결됐던 리비아의 자산을 해제하면서 정부 구성과 국가 운영을 위한 자금의 숨통도 어느 정도 트였다.


NTC가 '포스트 카다피 체제'에 대비해 마련한 로드맵의 입헌 선언문에 따르면 '리비아는 민주독립국가이고 국민이 주권의 원천이다. 수도는 트리폴리, 국교는 이슬람으로 정하고,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토대로 입법 행위가 이뤄진다'고 돼 있다. NTC는 또한 카다피 이후 헌법에 따라 8개월 내로 권력 이양을 위한 선거를 치를 것이라는 안도 마련해 놓고 있다.


새로 수립될 정부가 한 달 내에 총리를 임명하고, 두 달 이내로 새 헌법 초안을 작성한다는 내용도 로드맵에 들어있다.


그러나 NTC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새 내각 구성을 마무리해 조만간 명단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으나 내부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듯 발표를 계속 미루고 있다.


NTC 내부에서는 카다피 세력과의 전투 과정에서 분란이 많았고 반군 간 무력 충돌이 빚어진 적도 있다. 7월에는 반군 최고사령관인 압둘 파타 유네스 대장이 내부 세력에 의해 피살된 사건은 반군 내 분열상에 대한 적지 않은 우려를 낳았었다.


리비아는 부족 수만 140여개에 이르기 때문에 새 정부 구성 과정에서 부족들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내부 통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서부의 트리폴리타니아와 동부의 키레나이카, 남부의 페잔을 각각 상징하는 녹색과 검은색, 빨간색 등 삼색으로 구성된 반군의 깃발은 이러한 지역 갈등의 소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NTC 내에서는 서부 산간지역 진탄 출신과 수도 트리폴리 출신의 시민군 간 경쟁 관계 외에 지방 대(對) 도시, 전(前) 군 관료 대 비정규군, 세속주의자 대 이슬람주의자라는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카다피 이후 리비아를 이끌 인물로는 잘릴 위원장이 1순위로 꼽히고 있지만 그는 스스로 새 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어 아직 누가 대표 인물로 떠오를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카다피의 철권 통치가 42년이나 지속되면서 독재 권력을 대체할 세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해 결국 부족별·지역별 나눠먹기가 횡행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 리비아 시민군의 영광스런 시절은 이제 내분과 권력 다툼, 폭력 사태로 와해되고 있으며 이는 '포스트 카다피'로의 이행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