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내년부터 권총을 드러낸 채 휴대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결정해 미국에서 민감한 이슈 가운데 하나인 총기 규제에 관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는 11일 성명을 통해 내년 1월부터 권총을 보이게 휴대하지 못하게 규정한 법령에 서명했다면서 로스앤젤레스시 경찰국(LAPD) 등 주요 도시 경찰 수뇌부에게 단속 지침을 하달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소지한 총기라면 공공연히 휴대할 수 있다. 다만 실탄을 장전해서는 안 된다. 권총을 허리춤에 찬 채 쇼핑몰을 돌아다니거나 커피숍에 앉아 있는 사람도 더러 볼 수 있다. '모든 시민은 무장할 권리가 있다'는 수정 헌법 제2조를 열렬하게 옹호하는 보수주의자들은 일부러 공공장소에 권총을 차고 나타나곤 한다.


법령이 시행되는 내년 1월부터 권총을 노출시킨 채 휴대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경찰은 권총 찬 사람이 나타났다는 신고 전화가 몰려 범죄 예방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고 불평해왔다. LAPD 찰리 벡 국장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경찰국 리 바카 국장은 "무장을 해서 스스로를 지킨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라면서 "총을 지니는 것은 자신과 타인을 위험에 빠트리는 행동"이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캘리포니아 총기소유주협회 샘 퍼리디스 이사는 이런 조치가 오히려 총기 소지와 휴대를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옷 속에 권총을 감추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고 (이번 결정에 대한 반발심에) 총기 소지 면허 발급 신청도 증가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다른 주에서 대부분 허용하는 행위를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유독 금지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냐는 반론도 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42개주는 총을 보이게끔 갖고 다니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4개주는 교회, 술집, 심지어는 정부 기관 청사에도 총을 드러낸 채 반입할 수 있게 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노출 휴대 금지 대상이 권총에만 한정돼 소총이나 장총, 샷건 등은 얼마든지 들고 다녀도 된다는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무장할 권리'를 옹호하는 시민단체는 당장 내년 1월부터 권총 대신 소총을 들고 다니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