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9일(현지시간) 기독교인 시위대와 이를 막던 정부군 간 충돌로 최소 24명이 사망하는 등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정권 몰락 이후 최대 규모의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이슬람교도가 충돌에 가담하면서 오는 11월 무바라크 퇴진 후 첫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종파분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집트 정부 당국은 시위대에게 자제를 당부하는 한편으로 카이로 도심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이집트 국영TV는 이날 저녁 카이로 도심 국영TV 방송국 주변에서 콥트 기독교인 수천명이 최근 아스완 지역에서 교회가 공격당한 것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군인과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군인과 시위대 등 24명이 숨지고 174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이집트 보건 당국은 전했다.


목격자들은 시위 군중 일부가 병사들의 무기를 빼앗아 총부리를 군인들에게 향했으며 시위대가 병사들에게 돌멩이와 병을 던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목격자는 평화적으로 행진하던 시위대가 국영 방송국에 다다르자 군이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으며 차량으로 몰아부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또 경찰의 진압에 맞서 순찰차에 불을 지르고 곤봉을 휘둘렀으며, 양측 간의 충돌이 벌어진 현장에서는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기독교도와 군인 간 충돌은 카이로 중심가의 타흐리르 광장 근처와 그 주변까지 번져 수천명이 이 충돌에 가담했다. 기독교도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던 시내 중심가 병원 인근에서는 콥트 기독교인과 이슬람교도 수백명이 서로 치고받고 돌을 던지며 난투극을 벌였다.


이번 사태로 인구 1천800만 명이 사는 카이로의 혼잡한 도심에선 대규모 교통체증이 유발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에삼 샤라프 이집트 총리는 콥트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들에게 모두 자제를 당부하면서 "이는 무슬림과 기독교인간 충돌이 아니라 혼돈과 반대를 일으키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샤라프 총리는 사태진정을 위해 기독교 및 군 지도자들과 접촉했다고 밝히고 "폭력사태는 지난 1월 이집트 혁명을 반대하는 적대세력들만 이롭게 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군 당국은 이튿날 새벽인 10일 오전 2시부터 7시까지 5시간동안 국영TV 방송국이 있는 마스페로 지역에서부터 카이로 동부 아바시야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이집트 내각도 성명을 통해 어떤 세력도 이집트의 단합을 해치고 민주적 전환과정을 지연시키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이날 비상각의를 소집했다.


시위대는 이집트 남부 아스완의 교회가 누군가에게 공격당한 것을 두고 무스타파 알 사예드 아스완 주지사의 경질과 교회 재건축 등을 요구하던 중이었다.


이집트에서는 지난 3월에도 이슬람교도와 콥트 기독교인 사이에 유혈 충돌이 벌어져 10여 명이 숨지고 140여 명이 다치는 등 종교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독교 분파인 콥트교의 교인 수는 이집트 전체 인구 8천만 명 중 10%를 차지하며, 이들은 다수 이슬람교도에 비해 사회, 경제적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