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파키스탄이 미국과 심각한 마찰을 빚자 중국을 핵심 동맹국의 대안으로 고려하다가 예기치 못한 일격을 맞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중국 대형 광산업체인 중국킹후그룹(China Kingho Group)은 파키스탄 주요 도시에서 잇단 폭탄 공격으로 직원 안전이 우려되자 남부 신드주(州)에서 추진하던 190억 달러 규모의 대형프로젝트를 지난달 취소했다고 이 회사 관리가 WSJ에 29일 밝혔다. 이 사업은 파키스탄 내 외국의 최대 투자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신드주 투자위원회의 주바이르 모티왈라 회장도 20년 동안 광산을 개발하고 발전소와 화학공장들을 건설하려는 계획이 취소됐다고 인정하면서 중국 측의 재고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지난 5월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미국의 전격적인 사살 작전 이후 중국과의 우호관계에 더욱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 27일 멍젠주(孟建柱) 중국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의 예방을 받고 양국 우호관계가 "산맥들보다 높고, 바다들보다 깊으며, 쇠보다 강하고 꿀보다 달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양국 관계 강화에 관심을 보였다.
아시파크 카야니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 역시 지난 26일 영국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는 멍 부장을 만났으며, 치안 강화용으로 120만 달러의 지원을 약속한 멍 부장에게 중국의 `확고한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
파키스탄 총리 등의 이처럼 다소 과장된 찬사는 최근 미국과 파키스탄 간 테러단체 지원문제로 인한 가시 돋친 수사들과 현격한 대조를 보였다. 중국은 최대 무기 수출시장인 파키스탄을 인도양 지역의 강국 인도에 맞설 전략적 제휴자로 인식하고 수년간 줄곧 지지해왔다.
그렇지만 파키스탄의 이처럼 적극적인 '구애'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중국의 반응은 미온적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많은 경우에 중국의 지원은 파키스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중국 쪽에서 보면 파키스탄은 치안 등의 분야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한 예로 정정이 불안한 발루치스탄주(州)에서는 분리주의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중국인들이 숨지는 등 지난 10년간 파키스탄에서 수많은 중국인 노동자가 숨졌다. 또 파키스탄군은 빈 라덴 사망 후 중국과의 공식 방위협정 체결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별 성과가 없다.
중국 처지에서는 인도와 교역 관계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맞수들인 파키스탄과 인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으며, 대미 관계에도 긴장을 피하려 애쓰고 있다.
베이징대학의 남아시아 전문가인 한 화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가 임박한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은 파키스탄을 점차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것이 미국이 해오던 역할을 중국이 대신하길 원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한쪽이 얻는 만큼 상대편이 그만큼 잃는) 제로섬 게임도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WSJ은 파키스탄으로서는 결국 당분간 미국의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군사 및 민간 차원의 지원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