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주재 자국 대사관에 대한 최근 공격의 배후로 파키스탄 테러조직 '하카니'를 지목하고 파키스탄에 소탕을 요구해 미국과 파키스탄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하카니 조직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3일 카불에서는 미 대사관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본부 등에 20여 시간 동안 퍼부어진 공격으로 모두 14명이 숨졌다.
미국은 이후 하카니 조직을 배후로 지목하고 파키스탄에 분쇄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애초 아프간에서 `하카니'를 만든 만큼 조직의 부상(浮上)에 책임이 있다고 맞받아치며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하카니 조직은 현재 70대 후반에 접어든 아프간 출신의 마울비 잘랄루딘 하카니가 2003년 아프간에서 조직했다. 군사훈련을 받은 게릴라 전사들이 첨단 장비로 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조직원 수는 적게는 4천명에서 많게는 1만5천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카니 조직은 300여명을 자살폭탄 요원으로 항시 대기시키고 있다. 또 우즈베키스탄, 체첸 출신 등 아랍계 전사 300여명과 이슬람 반군 200여명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 파키스탄 북와지리스탄의 미르 알리 일대에서는 수십명에 이르는 유럽 출신 전사들을 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아들인 30대 후반의 시라주딘이 조직을 이끌며 40년 전 아버지가 아프간 침공 소련군에 저항하던 시절 맺은 파키스탄내 인맥들을 동원해 아프간 주둔 나토군에 맞서오고 있다. 하카니 전사들은 밤새 파키스탄 산악지역을 거쳐 국경을 넘은 뒤 아프간 주둔 나토군에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국경에 배치된 파키스탄군 당국이 이를 눈감아 주는 것은 하카니 조직이 파키스탄 내부의 목표물을 공격한 적은 없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 육군 퇴역 장군인 탈라트 마수드는 "파키스탄은 하카니 조직과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면 (하카니가) 후속 정권의 주된 전략적 지지세력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울비 잘랄루딘 하카니는 옛 소련의 아프간 점령 당시 고위 군사지도자로 부상했고, 로널드 레이건 전(前) 대통령 시절엔 백악관도 방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또 뛰어난 '외교력'을 발휘해 CIA, 파키스탄 정보부(ISI), 여타 아랍국의 거부 등과 협력관계를 맺었고 특히 1980년대에는 CIA의 전폭적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하카니는 탈레반이 1996년 카불을 점령하고 정권을 장악하기 전까지는 탈레반과 손잡지 않았으나 부족문제 담당 장관직을 맡아달라는 탈레반의 제의를 수락하면서 관계를 맺게 된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현 대통령은 집권 당시 탈레반내 온건세력을 끌어들일 계획으로 하카니에게 총리직을 제의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카니 조직은 자살폭탄공격을 아프간에서 처음으로 감행했다. 하카니 조직은 이런 공격을 외국인에게 맡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