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미국 유타주 사막에서 바위틈에 팔이 끼여 갇혀 있다가 팔을 스스로 자르고 127시간 만에 극적으로 생환한 청년의 사투를 그린 영화 '127시간'의 스토리가 실제로 벌어져 화제가 되고 있다.


25일 미국 언론은 유타주 블루 존 캐년 사막에서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도 나흘 동안 기어서 살아 돌아온 아모스 웨인 리차즈(64)의 사연을 일제히 보도했다.


리차즈는 지난 8일 유타주 블루 존 캐년 사막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 블루 존 캐년 사막은 모래가 아닌 바위와 돌로 이뤄진 불모지로 영화 '127시간'의 배경이기도 하다.


하이킹 도중 발을 헛디뎌 3m 높이의 바위 밑으로 추락한 리차즈는 어깨뼈가 탈골되고 발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일어설 수도 없는 극심한 고통 속에 리차즈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12㎞ 떨어진 곳에 세워둔 자동차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배낭에는 휴대전화도 없었고 카메라와 위성위치확인(GPS) 장비, 그리고 에너지바 2개, 물병 한개 뿐이었다. 게다가 애초 동행이 없었던 리차즈가 실종된 사실을 누구도 알 수 없었기에 수색대의 도움을 받는 것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기어서 자동차를 향해 출발한 리차즈는 부상 부위의 통증과 허기, 그리고 낮에는 26℃지만 밤이면 10℃까지 떨어지는 극심한 기온 변화와 싸워야 했다. 갈증은 빗물을 받아 해결했다.


자동차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온통 바위뿐인 협곡에서 꼬박 나흘 동안 움직였지만 자동차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이 도왔는지 리차즈가 조난을 당한 지 이틀 만에 공원 순찰 구조대가 비어 있는 리차즈의 텐트와 자동차를 발견하고 수색에 나섰다.


공원 순찰 구조대는 자동차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헬리콥터를 띄워 리차즈를 찾아나선 끝에 사투를 벌이고 있던 그를 찾아냈다. 당시 리차즈는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려 헬리콥터 조종사의 눈길을 끌 수 있었다. 리차즈는 "오로지 내가 왔던 길을 되짚어 왔다"면서 "빠져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공원 순찰 구조대 데니 지먼 대장은 "리차즈는 아주 운이 좋았다"면서 "조난당한 사람을 많이 구조했지만 어디 있는지 아는 경우였다"고 밝혔다.


영화 '127시간'도 지난 2003년 이곳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을 극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