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내년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직에 복귀하기로 하면서 군축 및 무역 협정을 통해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모색하던 미국 정부의 노력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러시아와 전략 핵무기 감축을 골자로 하는 신(新)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체결하는 등 관계 `재설정(Reset)'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미사일 방위체제가 러시아의 핵억지력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반대하며 유럽 5개국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 핵무기를 철거할 때까지 교섭을 시작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미국이 바라는 추가 군축 논의는 난관에 부딪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문제에 있어 강경한 회의론자인 푸틴 총리의 복귀가 예고되면서 양국 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장 푸틴 총리의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브는 25일 미사일 방어시스템 문제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양국 관계 개선에 진정성이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라고 강조하면서 미국에 "말이 아닌 구체적 조치"로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또 미국에서는 대립을 일삼는 푸틴 총리보다는 외부 세계에 유화적인 메드베데프 현 대통령을 선호하는데, 특히 미 의회는 푸틴 총리에 대해 미심쩍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군축 문제 뿐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간 무역 관계 개선에 있어서도 푸틴의 복귀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백악관은 그동안 의회에 미국이 냉전시대인 1970년대에 채택한 러시아와의 무역 제한 법안인 '잭슨-베닉 수정안' 폐지를 촉구하면서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국제 인권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의 데이비드 크레이머 대표는 "미국 의회는 푸틴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며 "이는 잭슨-베닉 법안 폐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푸틴의 복귀는 양국 관계의 후퇴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 의원들은 미국이 러시아와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를 맺기 전에 러시아가 WTO 가입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WTO 가입을 위해 노력해온 반면 푸틴 총리는 WTO 가입의 필요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며 오히려 보호주의 강화와 구 소련의 무역 블록화를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