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본부 AP·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의 유엔 회원국 지위 승인 문제를 놓고 각국의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나빌 샤스 팔레스타인 고위 협상대표는 21일 유엔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보리에 팔레스타인 회원국 지위 승인에 관한 표결을 즉각 하라고 요구하지 않고 이를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총회로 가기 전에 안보리가 우리의 정회원국 지위요구를 검토할 시간을 줄 것"이라면서 "여기서 실패한다면 계속 문을 두드릴 것이며 시한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샤스 협상대표의 이런 발언은 안보리에 회원국 지위승인을 신청한 뒤 곧바로 안보리의 표결을 요구하지 않고, 로비와 지지 획득을 위해 시간을 좀 더 갖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방 주요 회원국의 외교 소식통들도 시간을 벌기 위해 안보리의 표결을 연기하는 방안을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 문제에 관한 유엔의 표결이 몇 주일 뒤에나 이뤄질 것이라며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이는 안보리 15개국 중 아직 승인에 필요한 지지표(9개국)를 확보하지 못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팔레스타인 측의 입장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직접 평화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미국 측 입장이 맞아떨어진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독립국 승인은 유엔의 결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고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도 만나 거부권 행사 방침을 설명하면서 평화협상의 재개를 촉구했다.
안보리는 일단 회원국 지위 승인 신청이 접수되면 이에 관해 즉각 표결을 실시해 결론을 낼 수도 있고 상당 기간 표결과 결정을 미룰 수도 있다.
실제로 남수단은 단 사흘 만에 유엔의 193번째 회원국이 됐지만, 요르단은 5년이 지나서야 회원국 지위를 획득했다.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오는 23일 유엔총회 연설 후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회원 가입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팔레스타인이 유엔 정회원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면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없이 안보리 15개국 중 9개국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이 이미 거부권 행사 방침을 천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애초 팔레스타인은 유엔 총회에서 '옵서버 국가(State)'의 지위로 승격 받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팔레스타인은 현재 안보리에서 러시아와 중국, 인도, 남아공 등 8개국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에 '비회원 옵서버 국가'의 지위를 인정하고 1개월 내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을 재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총회 연설에서 "주요 당사자 간 신뢰부족 때문에 팔레스타인이 완전한 유엔 회원국 지위를 즉각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모두 알고 있다"면서 양측이 1개월 내에 협상을 시작해 6개월 내에 안보와 국경문제에 합의하고 1년 내로 완전한 합의를 이루도록 하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