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미국 남부 텍사스주가 오랜 가뭄에 이어 초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 주택 1천여채가 전소되고 주민 5천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등 막대한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대선주자 가운데 선두로 올라선 릭 페리 주지사가 대선 캠페인을 일시 중단하고 산불 진화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페리 주지사는 6일 텍사스 오스틴 인근의 산불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장 295일 지속된 각종 산불로 12만 에이커의 산림이 불타고 주택 1천여채가 전소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히고, 위험 지역에 사는 주민들을 상대로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그는 7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리는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를 앞두고 있지만 산불 피해가 갈수록 커지자 급거 텍사스로 돌아왔다.


게다가 텍사스 주도인 오스틴 인근 바스트로프에서는 최근 5일 사이에 최소 63건의 산불이 발생해 주민들을 떨게하고 있다.


텍사스주 산림 당국은 이 산불로 이틀 새 산림 3만2천936 에이커와 주택 300여채가 불탔다고 밝혔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산불은 마치 괴물과 같다. 진화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불은 열대성 폭풍 '리'의 여파로 불고 있는 강풍을 타고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 동북부 그레그 카운티 당국은 이번 산불로 이동식 주택에 있던 20세 여성과 18개월 된 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텍사스 사상 최대의 산불 재앙으로 인식되는 이번 사태를 맞아 페리 주지사의 지도력에 미 언론과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페리 주지사는 대권도전을 공식 선언한지 3주 밖에 되지 않았지만 페리가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동안의 1위였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밀어내고 선두에 올라섰다. 일각에서는 '페리 대세론'을 제기하며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과의 대결구도를 부각시키고 있다.


높은 실업률 속에서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 등 잇따른 경제위기 속에서 유권자들이 오바마를 대체할 유력후보를 모색하는 과정이다. 여기에 그가 이끄는 텍사스의 실업률은 8.2%로 미 전체 실업률 9.2%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텍사스주는 또 경기침체 종료 선언 이후 2.9%의 고용증가율을 기록해 미 전체 평균 고용 증가율 0.4%를 훨씬 앞섰다. '일자리를 얻으려면 텍사스로 가라'는 말도 회자되는 등 페리의 주가는 올라가고 있다.


페리 주지사의 지지율 급등은 최근 기독교 성향과 극우 보수경향을을 띠고 있는 티파티의 지지 활동이 부쩍 늘어난 결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페리 주지사의 종교편향과 연결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특히 지난 4월에도 텍사스에 가뭄이 들고 산불이 덮치자 공식적으로 '기도의 날'을 선포하는 등 종교 편향 논란을 일으켰다. 초대형 산불이라는 위기를 맞아 '기도'만이 아닌 현장의 지도력을 발휘할 것인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