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폴리=연합뉴스)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가족이 알제리로 도피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내전의 종지부를 찍을 카다피의 신병 확보는 여전히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알제리 외무부는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카다피의 아내 사피아 파르카시와 딸 아이샤, 두 아들인 무하마드와 한니발이 알제리-리비아 국경을 통해 오전 8시 45분 알제리로 들어왔다"고 밝혔다고 알제리 뉴스통신 APS가 전했다.


트리폴리 함락 전 반군에 투항했다가 탈출한 것으로 알려진 무하마드는 카다피의 첫 부인에게서 태어난 장남으로, 리비아 올림픽위원장을 맡았다. 또 5남인 한니발은 해운회사를, 변호사 자격을 가진 딸 아이샤는 사설 병원을 각각 운영해왔다.


반군은 알제리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반군 기구인 국가과도위원회(NTC) 마흐무드 샤만 대변인은 카다피 가족을 피신케 한 것은 "적대행위"라며 알제리 측에 송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만 대변인은 "우리는 그 모든 범죄자들(카다피 가족)에게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우리는 피신처 제공을 적대행위로 간주한다"고 덧붙였다. 또 "누구든 카다피와 그의 자녀에게 피신처를 제공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면서 "우리는 그들을 찾아서 체포하기 위해 어디든 쫓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압델 하피즈 고가 NTC 부대변인은 "아내와 딸을 포함, 카다피의 가족은 모두 리비아에 대한 경제적인 범죄로 인해 수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NTC 측은 자신들을 리비아 대표기구로 승인하지 않은 채 용병 공급 등으로 카다피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알제리를 비난해왔다.


이와 함께 알제리가 카다피 가족 4명의 최종 목적지가 아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샤만 대변인은 "알제리 측은 (카다피 가족에게) 제3국으로 가는 통로를 제공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확인할 길이 없다"며 "알제리는 인도적 이유로 카다피 가족을 받아들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카다피의 행방은 리비아에 체류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 여전히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의 안사(ANSA) 통신은 권위있는 리비아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카다피와 그의 두 아들인 사아디, 세이프 알-이슬람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남쪽 바니 왈리드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9일 카다피가 리비아를 떠났다는 아무런 징후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몇차례 사망설이 제기된 카다피의 막내아들 카미스는 지난 27일 트리폴리 근처 타르후나에서 반군의 공격을 받고 숨졌다고 반군 관계자들은 이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반군이 펴는 심리전의 일환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카다피 진영의 마지막 저항도 계속되고 있다. 29일 카다피의 고향인 시르테로 진입하는 길목과 남서부 도시 세바, 트리폴리에서 동남쪽으로 100㎞ 떨어진 바니 왈리드 등지에서 카다피 진영과 반군 사이에 교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바에서는 타 지역에서 패주한 카다피 잔당이 가세함에 따라 오히려 반군이 실탄 부족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고 한 반군 관계자가 전했다.


시르테에서도 카다피 추종세력과 현지를 포위한 반군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카다피 측은 시르테 진입로에 지뢰를 매설해 놓았으며, 시르테 사수를 위해 정예 부대를 배치해 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군 지도자인 무스타파 압델-잘릴 NTC 위원장은 "카다피는 마지막 순간에 지독한 일을 할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반군과 서방 연합군에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