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에 뉴욕필이 평양을 방문하여 공연한 것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적성국으로 여겨지는 미국의 대표적인 관현악단이 북한에서 공연한다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BBC는 이를 두고 북한과 미국 사이에 가장 탁월한 문화적 교류라고 평가하기도 했었다.


지난달에 이에 필적할만한 일이 독일에서 있었다. 작곡가 바그너의 도시라 알려진 바이로이트(Bayreuth)시에서 1951년 이후 매년 열리는 바그너 페스티벌(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 음악축제와 함께 유럽의 양대 음악축제 중 하나)에 이스라엘의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초대되어 공연을 했기 때문이다. 바그너는 그의 반유대적인 성향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그의 음악은 히틀러가 사랑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국내와 유태인 음악인들에게는 금기이다. 2001년에는 유태인 출신의 연주가이며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him)이 이스라엘에서 연주 후 앙코르 곡으로 바그너의 곡을 연주했다가 격노한 청중들이 문을 박차고 나가고, 일부는 야유하며 고함까지 지르는 치도곤을 먹을 정도였다 한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실내악단이 독일의 바그너 도시까지 와서 공연을 갖게 된 것은 이 페스티벌의 감독이며 후원자인 카타리나 바그너(Katharina Wagner) 때문이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작곡가 바그너의 증손녀였다. 게르만 민족과 유태인, 물과 기름과 같이 건널 수 없는 계곡이 되어 갈라져 버린 두 나라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는 바그너 가문에서 유태인을 향한 사죄와 화해의 손짓이었다. 그리고 이번 바그너 페스티벌의 프로젝트 명칭이 “이해의 다리(Brucke des Verstandnisses)”였다고 하니, 그 누구도 건널 수도 없었고, 건너려고 시도도 하지 않았던 계곡에 한 음악인을 통해서 드디어 다리를 놓게 된 역사적인 일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뉴욕 필 사장 자린 메타가 평양을 방문하면서 “음악은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다”라고 했는데, 음악인이 정치인보다 생각이 열려 있고, 다리 놓는 일에는 훨씬 앞서 있는 것 같다. 우리도 영적 음악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찬양을 많이 해서, 찬양을 사랑하는 준 음악인이라도 되어서 사회와 더 나아가 열방을 향해 복음의 다리 놓는 역할을 많이 했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