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연합뉴스) 42년간 리비아를 철권 통치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 체제의 붕괴가 임박하면서 중동 지역 독재자들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카다피는 지네 알 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에 이어 `재스민 혁명' 이후 아랍권에서 시민 혁명으로 권력을 상실한 세번째 국가 지도자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재스민 혁명으로 아랍권에서 가장 먼저 권좌에서 물러났던 벤 알리는 23년간 튀니지를 통치하다 민중 봉기에 떼밀려 지난 1월 사우디 아라비아로 망명했다. 그는 지난 6월 튀니지에서 진행된 궐석 재판에서 공공자금 유용 혐의로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았고, 이후 재판에서도 무기·마약 불법 소지 혐의로 16년6개월형, 부패·권력 남용 혐의로 16년형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현대판 파라오'라 불리던 이집트의 무바라크도 법의 심판대를 피해갈 순 없었다. 30년 가까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온 무바라크는 지난 2월 퇴진한 뒤 홍해 연안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서 칩거하다 지난 3일 시작된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카이로 인근 병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법정 한편에 마련된 철창 안에 갇힌 채 침상에 누워 재판을 받는 그의 모습은 독재자의 말로가 얼마나 초라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카다피 체제의 붕괴로 이제 아랍권에서 거센 퇴진 압박 속에 힘겹게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정상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 두 명이 남게 된다. 아사드는 30년간 집권한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승계받아 11년째 집권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당국의 초강경 시위 진압으로 2천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아사드의 권력 집착은 확고하다. 아사드는 지난 21일 국영TV를 통해서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퇴진 요구에 대해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아사드는 국가비상사태법을 48년만에 폐지하고 복수 정당을 허용키로 하는 등 각종 유화책을 내놓으며 사태를 수습해 보려 했지만 반정부 시위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무력으로 제압하는 방법 외에 다른 길이 없다고 결심한 듯 하다.
아사드의 막냇동생인 마헤르 알-아사드는 정예 부대인 제4사단과 공화국수비대를 이끌며 아사드 정권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군부가 중립적 입장을 견지해 독재자의 퇴진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튀니지와 이집트와는 또 다른 양상이다.
리비아의 경우처럼 국제사회가 무력으로 개입하는 방안도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져 아사드가 이번 위기를 넘기고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살레 예멘 대통령은 지난 6월 대통령궁 경내에서 폭탄공격에 중화상을 입고 치료차 사우디 아라비아로 건너가 두 달 넘게 체류하고 있다. 살레는 외부 압력에 의해 자진 퇴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조만간 귀국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그의 귀국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카다피의 몰락을 지켜본 살레로서는 자신이 거부했던 걸프협력협의회(GCC)의 중재안에 다시 관심을 가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라비아반도 6개국으로 구성된 GCC는 살레의 사후 처벌 면제를 보장하는 대신 조기 퇴진하는 중재안을 제시했었다.
예멘 야권은 살레의 아들 아흐메드가 최정예부대 공화국수비대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 살레의 퇴진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보고 GCC 중재안을 선호해 왔다.
그러나 청년단체를 주축으로 한 시위대는 살레를 즉각 퇴진시키고 시위 강경 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GCC 중재안이 예멘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촉매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