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연합뉴스) "반군이 트리폴리에 진격한 이후 현재 정부 관계자들 색출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계속 총성이 들려 외출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리비아 트리폴리 서부 메가타 지역에 거주하는 신라건설 이인제(63) 사장은 2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트리폴리의 현재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20년 넘게 리비아에서 거주한 이 사장은 업무 때문에 리비아를 떠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아직은 반군이 수도를 장악한 초기여서 시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형편은 못 된다고 전했다. 전화 인터뷰가 진행되는 30분간에도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총성이 귓전을 때릴 정도로 트리폴리의 상황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듯 했다.
다음은 이 사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20일 밤 반군의 트리폴리 진격 작전이 개시됐는데 현지 상황은.
▲현재 시내 대부분의 지역을 반군이 장악한 상태다. 반군은 도로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차량을 검문검색하며 정부에 협조한 인물이나 무기 소지자들을 검거하고 있다.
--반군과 카다피 친위대 간 교전도 지속되고 있나.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오늘은 양측 간 교전보다는 반군이 카다피 정권에 협조한 인사들의 집을 급습하며 체포하는 작전에 주력하는 듯 하다. 이웃 중 하나가 정부와 관련된 업무를 봐 왔었는데 집을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
--반군이 트리폴리를 대부분 장악한 뒤 어떤 변화가 있나.
▲아직 초기라서 큰 변화는 없다. 다만 카다피 지지자들이 자주 집회를 열어왔던 녹색광장도 반군 측이 장악했고, 어제는 반군의 진격을 축하하는 시민들이 모여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카다피가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바브 알-아지지아 요새의 동향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4∼5km 떨어진 곳에 요새가 있는데 이틀 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 전투기가 거의 24시간 폭격을 했다. 내전이 발발한 이후 그런 엄청난 굉음은 처음이었다. 오늘도 여전히 요새 쪽에서 총성이 들리는 걸로 봐서 반군과 카다피군 간에 교전이 진행되고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1천500명에 이르렀던 리비아 교민이 이번 사태로 리비아를 떠나 현재 19명만 잔류하고 있다고 외교통상부가 밝혔다. 교민들과는 서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나.
▲거의 매일 서로 연락하며 안부를 묻고 있다. 아직은 반군이 장악한 초기여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한 일주일은 각자 주거지에 머물러 있어야 하겠다고 얘기를 나눴다.
--생필품 구입이나 통신에 문제는 없나.
▲인터넷은 끊긴 지 두 달이 넘었고 전화통화는 가능하다. 지난 5월 튀니지 제르바로 임시 이전한 주리비아 한국대사관에서도 직원을 보내 가끔 쌀이나 부식을 교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어 식자재 구입에 큰 문제는 없다.
--교민들은 카다피 체제의 붕괴가 임박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반군이 민주화 기치를 내세우고 있으니 공공 분야에서 각종 부조리는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하루 빨리 안정을 찾아 생업에 지장이 없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