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싸안은 리비아 반군
(AP=연합뉴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막내아들 카미스가 지휘하는 정예부대 '카미스 여단'의 근거지를 점령한 반군이 21일(현지시각) 서로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이 도시는 수도 트리폴리로부터 서쪽으로 약 26km 떨어져 있다.

(카이로·워싱턴·서울=연합뉴스) 42년간 리비아를 철권통치해온 무아마르 카다피(69) 정권의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트리폴리로 진격해 들어간 반군은 카다피 관저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에서 최후의 일격을 가하고 있으며, 카다피의 장남과 차남, 3남 등이 잇따라 생포 또는 투항하고 있다. 카다피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각국은 카다피 정권의 몰락을 기정사실화하고 '포스트 카다피'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중동의 '민주화 바람'으로 촉발된 리비아 사태가 발생한 지 반년만에 카다피 정권이 본격적으로 와해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 반군, 곧 트리폴리 장악= '인어작전(Operation Mermaid. 혹은 '인어의 새벽 작전(Operation Mermaid Dawn))'이란 이름의 입체작전으로 트리폴리 입성에 성공한 반군은 파죽지세로 카다피 축출을 위한 최후의 일격을 치르고 있다.

AP·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반군은 22일 오전(현지시각)부터 카다피 관저인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 주변에서 카다피 친위부대와 치열한 전투를 벌인 결과 요새로부터 불과 500m 떨어진 곳까지 진격하는데 성공했다. 반군 관계자는 "15시간 안에" 수도 트리폴리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자신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관저인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 주변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에 있으며 이곳에서 반군이 카다피 친위부대와 몇 시간 동안 전투를 벌였다고 전했다.

카다피 관저 안에 있는 탱크들은 세디 칼리파 구역 주변 지역을 포격하고 있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반군 대변인인 아메드 바니 대령에 따르면 트리폴리 내 다른 지역에서는 카다피 지지자들이 무기를 내려놓고 반군에 투항하고 있으며 반군들은 트리폴리의 95%를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군을 이끄는 과도국가위원회(NTC) 무스타파 압델 잘릴 위원장은 위원회의 트리폴리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반군은 21일 밤부터 트리폴리 도심의 녹색광장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녹색광장은 내전 6개월간 카다피가 수차례 대중 연설을 하고 녹색의 리비아 국기가 내걸렸던 상징적인 곳으로 시민은 이날부터 반군 측 삼색 깃발을 흔들며 반군 측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이런 가운데 아랍권 위성 보도채널 알-아라비야는 카디피의 아들 중 한 명이 군대와 함께 트리폴리 중심가로 진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다피의 4남 알-무타심이 현재 트리폴리 내 카다피 관저에 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 카다피 '행방 묘연', 아들들 생포.투항 = 카다피는 여전히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히면서 투항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지만 그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카다피는 국영TV가 21일 밤(현지시각) 방송한 녹음연설에서 "우리는 결코 트리폴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사항전해 신의 은총으로 승리를 쟁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여러분의 정치와 석유, 영토를 위해 싸울 시기"라면서 "나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 트리폴리에서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피가 어디에 있는지는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고 있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피어오르는 연기
(AP=연합뉴스) 리비아 반군의 수도 트리폴리 함락이 임박한 가운데 21일(현지시각) 트리폴리에서 총성이 울려 퍼진 데 이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리비아 정부의 무사 이브라힘 대변인은 "지난 12시간 동안 약 1천300명이 숨지고 5천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하면서 "과도국가위원회 대표와 직접 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카다피의 주장과 달리 반군과의 물밑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카다피 아들들은 대부분 반군에 생포되거나 투항했다. 반군 측은 트리폴리 외곽 전투를 통해 카다피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과 3남인 알-사디를 생포했다고 전했다.

반군 대표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NTC) 무스타파 압델 잘릴 위원장은 카다피 차남의 생포 사실을 밝혔고 국제형사재판소(ICC)도 그의 생포소식을 확인함으로써 반군이 카다피 후계자 후보 1순위였던 그의 신병을 확보했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사이프는 아버지 카다피 등과 함께 민간인에 대한 불법 공격을 지시·기획· 참여한 반인륜범죄 혐의로 ICC에 기소된 바 있다.

이와관련, 아랍권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카다피의 장남 무하마드 카다피가 반군에 투항했다고 반군측을 인용해 22일 보도했다.

방송은 투항 직후 무하마드와 인터뷰했다면서 그가 리비아에서 벌어진 전투에 대해 슬픔을 표시하면서 평화를 원하기 때문에 투항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 오바마 "독재 손아귀서 벗어나고 있다" =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는 카다피 정권의 붕괴를 사실상 전제하고 '포스트 카다피' 대책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은 대통령은 21일 휴가지 마서스 비니어드섬에서 성명을 통해 "오늘 밤, 카다피 정권에 대항하는 힘이 정점에 달했다"면서 "트리폴리는 독재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리비아 국민은 보편적인 가치인 존엄과 자유는 독재자의 철권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혈사태를 끝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간단하다면서 "카다피와 그의 정권은 그들의 지배가 끝났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반군 대표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NTC)에 "이 중요하고 역사적인 시기에 리비아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이양작업을 통해 국가를 이끄는 리더십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리비아 국민을 보호하고 민주주의로의 평화적인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동맹국들, 국제사회의 파트너들과 함께 계속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도 22일 성명을 통해 "카다피 정권은 분명히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으며, 영국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우리가 목격한 트리폴리의 상황은 카다피의 종말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22일 리비아가 새 정부를 구성하는 일을 적극 도울 것이라면서 `카다피 이후 체제'를 지원할 다양한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의 대변인 미카엘 만은 기자들에게 EU는 카다피가 물러난 이후 리비아 체제와 관련한 여러 방안들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은 리비아의 향후 체제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제 사회의 관련국들이 고위급 회의를 내주 중에라도 개최하자고 제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